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알리고 미래지향적·상호호혜적 협력의 청사진을 담은 공동 발표문을 냈다. 두 정상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간 회담 이후 17년 만의 한일 정상 합의문에서 “새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며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협력 확대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위한 협의체 출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정책 협력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리적 인접성 측면뿐 아니라 경제·안보·사회적으로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나라다. 과거사에 발목 잡혀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해 왔지만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기도 하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 패권 경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한국과 전략적 이해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사를 딛고 미래에 방점을 둔 한일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 궤도에 오른 한일 관계가 한미일 3국 협력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해봄 직하다.
첫걸음은 잘 뗐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한일 간에는 아직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 해결되지 않은 민감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불투명한 이시바 정권의 앞날도 변수다. 셔틀외교의 문을 열었다가 역사 문제에 발목 잡혀 한일 관계 악화를 경험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함께 반일(反日)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우리 정치권의 구태 근절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한일 관계가 진정한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두 정상의 협력 의지가 국익 증진으로 이어지도록 양국이 긴밀하고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복원으로 실질적인 경제·안보 협력 성과를 도출해 내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