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와 학부모가 신속한 초동대처와 사실 공개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추가 감염 우려를 잠재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는 물론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서 내로라하는 대형병원마저 부실한 메르스 대응으로 연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만으로도 메르스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16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강북에 위치한 A초등학교는 지난 12일 오후 재학생 중 1명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녀간 병원으로 발표된 인근 S이비인후과에 진료를 위해 방문한 사실을 파악했다. 해당 학생의 부모가 메르스 병원명단에 S이비인후과가 들어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즉각 학교 측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신속하게 학교에 통보해준 부모의 용기가 아니었으면 대처도 늦어져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학교 측의 모든 대응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우선 학교 측은 보건소와 교육청, 그리고 내과의사와 여러 전문가에 사실을 곧바로 알리고 자문을 구했다. 자문 결과 해당 학생은 감염 경로와 상관없는 시간대에 문제의 병원을 방문했고 고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관련 증상이 전혀 없어 감염력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학교 측은 이어 해당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의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최대 잠복기 동안 등교 중지조치를 내렸다.
나아가 주말 동안 학교 휴업 여부를 묻기 위해 긴급 임시 학교운영위원회도 열었다. 월요일인 15일 학생들의 등교 전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휴업 대신 정상등교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지난주에 이어 학교 전 건물에 대한 소독작업을 재차 진행했다.
학교 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으로 전체 학부모들에게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어 문자로 통보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조치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메르스 방역에 연일 허점을 보이고 있는 정부보다 더 안심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의 메르스 감염 우려가 커 걱정인데 학교 측이 전 과정을 사실대로 알려주고 신속하게 조치를 끝냈다고 해서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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