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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이대론 안된다] 산업자본 금융업 허용이 현실적 대안

정부는 최근 발표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통해 우리나라를 싱가포르, 홍콩 등에 버금가는 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경쟁을 통해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갈 토종 금융자본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자본으로 경영이 넘어간 은행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거래기업에 작은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습, 해결하기보다는 `나몰라라`하고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었던 SK네트웍스나 LG카드가 주거래은행을 바꾼 게 단적인 예다. 그래서 국내 금융자본을 키우지 않는 한 금융허브는 `외국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다행히 외국자본의 금융산업 지배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토종자본을 중심으로 은행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계 인사들과 공동으로 3조원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외국계자본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국내 채권은행들이 경영난에 빠진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토종금융자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도 좋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산업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로 금융자본 육성하기는 버거워=일단 사모펀드를 조성해 은행을 인수한 후 외국자본에 대항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 취지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헌재 펀드는 연ㆍ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연ㆍ기금들은 보수적 운용시스템을 고수하기 때문에 상장된 우량주식 등으로 투자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따라서 우량 주식보다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사모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연ㆍ기금이 나올 지는 의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외국계 벌처펀드와 국적(國籍)만 다를 뿐 단기 고수익을 지향하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며 “이런 펀드가 은행을 인수한다 해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또한 투자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사모펀드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우리은행의 현금배당률은 5%에 불과했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큰 수익률을 기대키 어렵다”면서 자금조달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현실적 대안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참여=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에 이르고 있다. IMF 외환위기 후 기업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반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런 여윳돈이 5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은행이 제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은행에 돈을 공급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재무구조가 튼실하고 경영성과가 높은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 은행업 진출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경제학박사)는 “지난 80년대부터 금융전업기업그룹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자본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기업들이 별로 없어 무위에 그쳤다”며 “외국자본에 대응해 국내 금융산업을 육성하려면 산업자본에도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 강화해 폐해 줄일 수 있어=은행 등 금융산업에 대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여론이 높은 것은 과거의 유산 때문이다. 견제장치가 미흡한 탓에 대주주에 대한 탈법적인 대출이 만연했고, 결국에는 금융 및 제조업의 동반 부실을 가져와 IMF 외환위기까지 맞았다. 하지만 계열사에 대한 대출한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데다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대출 조차 불가능할 만큼 금융감독 및 규제가 강화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감독 및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제는 대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산업에 진출해도 과거와 같은 폐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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