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을 뿜은 전 세계 환율전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는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환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한국은행의 '1·4분기 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일중 최고가-최저가)은 6원80전, 변동률은 0.62%를 기록했다. 변동폭과 변동률 모두 스페인이 구제금융 직전까지 몰리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극에 달했던 2011년 4·4분기(9원30전·0.81%) 이후 최고다. 전일 종가 대비 금일 종가 변동률도 0.47%로 역시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당장 이날 환율도 7원90전 급락한(원화 강세) 1,088원90전에 장을 마쳐 7거래일 만에 1,080원대로 내려앉았다. 환율은 일본의 깜짝 추가 양적완화가 단행된 지난해 4·4분기 이후 6개월 넘게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올 1월 유럽중앙은행(ECB)을 시작으로 스위스·스웨덴 등 인근 국가뿐 아니라 중국·싱가포르·태국 등 아시아 국가까지 통화완화책을 내놓는 환율전쟁이 격화한 탓이다. 20개가 넘는 나라들이 일제히 통화정책의 큰 물줄기를 급선회하니 외풍에 약한 서울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전 세계 외환시장이 출렁인 것도 한 이유다.
이에 환 변동에 대비가 안 돼 있는 중기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기들이 환 변동 보험에 대해 잘 모르고 가입을 하려 해도 비용이 들어 최근 높아진 변동성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더 적극적인 환 변동 보험 가입 장려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내놓은 '중소 수출업체의 환 관리 자료'에 따르면 중소 수출기업 6만3,999곳 가운데 환 변동 보험에 가입한 곳은 0.56%(361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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