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중동 순방길에 오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동국가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여론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의 역할을 키우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아베 정권의 안보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조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번 중동 순방에서 해상교통로의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중동 3국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24일 칼리파 빈 살람 알 칼리파 바레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걸프협력이사회(GCC)와의 각료급 전략대화를 열기로 합의한 데 이어 25일에는 미 해군 제5함대 사령관과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에서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일본의 사활이 달린 문제"라며 "앞으로 이 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도 안보협력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걸프 연안지역으로부터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30%를 수입하며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해협은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의 85%가 통과하는 요지 중의 요지다. 그렇기 때문에 핵개발 문제로 서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하는 사태 등이 빚어질 경우에 대비해 이 지역 안보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여기서 부상하는 것이 집단적 자위권 문제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현행 헌법 해석에 따르면 일본이 페르시아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GCC 국가들이 해상교통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상태에서는 해상자위대가 전투 이전이나 전투 중에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중동 에너지 안보를 위한 일본의 역할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부각시키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일본 국민의 상당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24~25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에 59%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으며 찬성은 27%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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