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이지영(22ㆍ하이마트)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이정연(28)이 들고 있던 맥주 2병은 끝내 거품을 내뿜지 못했다. 대신 그린 주변에는 이지영이 흘린 눈물만 흩어졌다. 14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골프장 리버코스(파71ㆍ6,315야드)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미켈롭 울트라오픈(총상금 220만달러). 첫날 이정연이 8언더파 코스레코드 타이로 단독 선두였고 3라운드에서는 이지영이 역시 8언더파 코스레코드 타이를 보태며 단독 선두에 나섰던 대회였다. 이지영 단독 선두, 이정연 단독 2위로 최종라운드가 시작돼 한국 선수들끼리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정연은 3오버파나 치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고 이지영도 1오버파 72타로 부진, 이날만 3타를 줄이며 추격해 온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에게 연장전을 허용했다.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동률이었다. 연장 세 번째 홀. 버디를 노렸던 이지영은 볼이 홀을 비켜 60cm쯤 거리에 멈추자 마크도 하지 않은 채 홀 아웃을 시도했다. 가볍게 쳐도 들어갈 듯했지만 볼은 홀을 외면했다. 이지영이 멍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뒤를 이어 30cm쯤 되는 파 퍼트를 신중하게 성공시킨 페테르손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국 선수의 2주 연승 희망은 그렇게 사라졌고 이지영은 지난 2월 필즈오픈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 눈이 빨개졌다는 이지영은 “프로 데뷔 후 첫 연장전이었다”며 “평소에도 성격이 급한데 너무 서둘렀던 것이 문제였다”고 가슴 아파했다. 또 “정규 라운드 16번홀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 섰던 것도 많이 속상하다”면서 “그러나 지난 일이니 다음에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준우승 상금 19만9,978 달러를 보태 상금랭킹 5위로 올라선 것이 이지영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됐다. 막판에 한국 선수들을 밀어내고 우승 트로피를 챙긴 의외의 주인공 페테르손은 유럽투어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미국 무대에 데뷔한 선수. 올해 2번이나 최종라운드에서 역전패할 정도로 뒷심이 좋지 않았으나 이번 연장 승으로 미국투어 첫 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우승상금 33만달러를 챙겨 상금랭킹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편 이정연은 우승경쟁에서는 일찌감치 밀렸으나 단독 3위를 기록, 시즌 최고 성적을 냈고 이선화(20)가 4언더파 공동 7위, 박세리(30ㆍ이상 CJ)가 3언더파 공동 10위에 올라 4명의 한국 선수가 10위안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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