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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했던 한중일 외교 삼국지] 구체적인 성과 없이 변죽만 요란

3국 정상회담 방향성만 제시…한중, 일본의 과거사 태도 변화 촉구…8월 아베담화 내용에 달려

중국, 사드 배치 언급 자제했지만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한중일 3국간 외교·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1일 3년만에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지만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와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주말 외교대전(大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관계복원이 험난하다’는 엄중한 현실만 재확인한 것이다.

3국 외교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개최 조건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변화, 중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열도 등 영토와 역사인식에 대한 수정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3국 정상회담이 과연 연내에 개최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결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월에 발표할 ‘아베 담화’에 군위안부· 역사인식· 영토문제 등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담을지에 따라 3국 정상회담의 성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이 ‘조건부’정상회담 입장을 견지하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중국과의 양자회담 또는 3국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재

촉하고 있다. 한미일 안보공조를 강화해 북한 핵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 경제영토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미국 고고도미사일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간 군사대결 구도가 형성될 우려가 크고 이 경우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더욱 요원해지는 만큼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 개최의 키는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올해는 반(反)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이 되는 해로 70년이나 됐는데 3국에 있어 역사문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이라며 “우리 생각에는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라는 8개 한자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간다는 것은 이미 3국의 공동인식이 됐다”면서 “이 8개 한자를 우리의 공동노력을 통해 실천으로 옮기고 양자관계의 발전과정, 3자 협력의 발전 프로세스에서 이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3국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힘들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직전에 있었던 사진촬영에서 왕 외교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손을 잡지 않은 채 굳은 표정을 줄곧 보인 것은 중일 양국의 껄끄럽고 거북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은 사드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아 일단 잠복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왕 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우리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고 선을 긋는 등 ’로키(lowkey)‘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최윤희 합참의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사드 문제는 재차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왕 부장이 3국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최대한 사드 언급을 피했지만 사드 문제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

3국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원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6자 회담의 개최 시기와 조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6자 회담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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