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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금융정원'의 정원사

정원이 새로 단장됐다. 새 주인은 산성화된 흙을 갈아엎고 묘목도 새로 심어 죽어가던 정원을 다시 살렸다.정원이 황폐해졌던 이유는 주변사람들이 마치 주인인양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면서 꽃을 꺾고 나무를 베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많은 돈을 들여 정원을 고친 새 주인은 예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출입자를 제한했으며 자신도 함부로 드나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많이 설치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금융정책 사령탑을 바꾸고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 금융계를 크게 변모시켰다. 「금융정원」에 있는 나무와 꽃들은 생기를 되찾고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인보다 정원사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 정원사가 나무를 사랑하고 꽃의 입장에서 일을 한다면 정원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가득하고 꽃이 만발할 것이다. 「금융정원」의 정원사는 바로 은행연합회다. 정원이 없으면 정원사가 필요없듯이 은행이 없으면 은행연합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의 돈으로 운영되는 은행연합회는 은행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새 주인(정부)은 정원사(은행연합회)를 바꾸지 않았다. 얼마전 金대통령 집권1년 최대의 실수가 「모피아」 즉, 낙하산 인사로 업계에 진출한 구(舊)재경원 관리들을 청산하지 못한데 있다는 지적이 나와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은행연합회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협회와 업계는 완전한 공동운명체다. 작년말 자동차회사들간 국제적 합병이 이루어지자 미국내 최대의 협회였던 미국자동차공업협회(AAMA)가 해체된 것에서 이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최대의 변혁을 맞이했던 곳이 은행계였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는 마치 남의 일인양 계속 「철밥통」을 차고 있지 않은가. 금융개혁의 대명제는 금융자율화다. 은행과 기업간의 문제는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하며 금융계와 재계의 문제는 은행연합회장과 전경련회장이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원칙을 정해주고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에 한해 중재역할을 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금융자율화를 위해서는 은행연합회가 달라져야 한다. 「은행을 위한, 은행에 의한, 은행의」 은행연합회가 돼야 한다. 새장 속에 오래 갖혔던 새들은 풀어놔도 날지 못하듯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구태의 인물과 조직으로는 금융자율화를 실천하기 어렵다. 「금융정원」이 생명력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사랑하고 꽃의 입장에 서는 사람이 정원사가 돼야 한다. 새정부는 금융개혁을 과감히 단행했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못했다. 마치 철골구조물을 다 뜯고 새로 세우는 대형공사를 하면서 나사는 녹슨 중고품을 그대로 쓴 형국이다. 64조원이나 들인 대형공사가 중고나사 하나때문에 부실공사 판정을 받는다면 얼마나 통탄할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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