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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기본으로 돌아가자] 밴시티 '착한 금융'으로 세상을 바꾸다

(중) '사회적 금융' 실천의 현장

기술 있지만 신용없는 이민자·담보 대신 아이디어에 대출

부실 우려 높은 신용대출 불구 개인대출 상환율 98%로 건전

공동체 맞춤형 상품도 다양… 수익 떠나 조합원에 자부심 줘

착한금융을 표방하는 캐나다 최대 규모 신협 밴시티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당신의 예금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을까요."

캐나다 밴쿠버 곳곳에 자리 잡은 신협 '밴시티(VANCITY)' 의 한 점포에 들어서자 이 같은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기반으로 하는 이 신협은 지점 49곳에 조합원 50만여명, 자산 규모가 186억달러(약 21조3,000억원)로 소형 은행급에 준한다.

이 신협의 최대 가치는 바로 '착한 금융(Good Money)'.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자산 조성부터 운용까지 착한 금융이라는 테두리에서 구현된다. 조합원들은 밴시티 신협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이자를 덜 받아도 돈을 맡긴다. 태머라 브루먼 밴시티 전무는 "조합원의 50%는 밴시티가 사회적 금융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고 조합원들은 사회적 금융을 실현할 사람들을 이사로 뽑는다"는 고 말했다.

과연 밴시티는 무슨 일을 할까. 자산 운용 측면에서 보면 '마이크로론'이 대표적인 착한 금융 상품이다. 기술이나 경력이 있지만 신용기록이 없는 이민자, 담보는 없지만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준다. 부실 우려가 높은 신용대출이지만 개인 대출이 98%의 상환율을 보일 정도로 건전한 편이다. 단순한 신용등급이 아니라 마이크로론에 특화된 별도의 심사기준이 있고 시민단체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밴시티 총자산에 비하면 마이크로론은 매우 적은 규모다. 밴시티는 이 같은 사회적 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 임팩트론'이라는 여신 정책을 도입해 운영한다. 이는 일반 대출 중 주민 복지, 주거 개선, 사회적 기업 지원 등 공동체 발전에 기여 하는 대출을 뜻한다. 2013년의 경우 신규 법인 대출액의 50% 이상이 커뮤니티 임팩트론으로 집행됐다.



이 밖에도 밴시티는 홈리스들이 모여 있는 공원에 그들을 위한 지점을 내는가 하면 친환경 자동차에 우대 금리를 주는 '클린자동차론',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효율화 대출' 등 수많은 공동체 맞춤형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은행과 완벽한 차별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밴시티는 '영리한' 신협이기도 하다. 공동체에 이로운 자본으로 철저히 자신들을 브랜드화했다. 캐나다 내 유수의 은행 직원들에게도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며 캐나다 이미지와도 잘 맞는 신협으로 국가 상품이 돼가고 있다. 단순한 수익을 떠나 조합원들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새로운 금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신협 가운데서도 '착한 금융'을 찾을 수 있다. 경북 예천군 지보신협의 경우 총자산은 306억원에 불과하지만 신용대출 비중이 50%에 달하고 연체율이 0.2%에 불과한 미스터리한 곳이다. 비결은 농촌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관계형 금융. 일대일 밀착경영을 통해 어르신들의 신용을 관리하고 말벗이 돼준다. 농촌 마을에 신협이라는 효자가 하나 생긴 셈이다. 북서울신협은 서울시와 함께 2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을 운용하며 사회적 조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3%대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수익은 크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연체율이 0%라는 점. 좋은 돈은 반드시 갚는다는 신협의 전통적 영업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좋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913개 국내 신협 가운데는 아직 은행인지 신협인지 저축은행인지 구분하기 힘든 곳도 많다. 얼마나 많은 조합이 변화할 수 있느냐가 결국 신협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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