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이 중국 현지 자회사 동방CJ 지분을 전격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 매각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적정 가치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CJ오쇼핑이 중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중국 자회사 상해동방희걸상무유한공사(동방CJ)의 지분 26.8% 중 11%를 중국 국부펀드 차이나미디어캐피탈(CMC)의 사모투자펀드(PEF)인 CHS홀딩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처분 금액은 약 503억원(4,300만달러)으로 매각이 완료돼도 CJ오쇼핑은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지만 지분율은 15.84%로 줄어든다.
동방CJ는 2004년 4월 CJ오쇼핑과 상하이미디어그룹이 각각 49%, 51%의 지분투자를 통해 설립한 조인트벤처다. 당시 CJ오쇼핑은 490만달러(약 57억원)를 투자했다.
동방CJ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가 거둔 유일한 성공사례이자 CJ오쇼핑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었던 성장모멘텀으로 꼽혔다. 게다가 CJ오쇼핑의 중국 현지 관계회사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지분법이익을 내는 회사였다.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동방CJ의 중국 증시 상장 논의가 이어지면서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은 수 차례 거론됐지만 지분매각은 예상 밖의 카드”라며 “매각사유로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재원확보라고 밝혔지만 이번 매각으로 중국 프리미엄이 사라졌는데 잠재력이 큰 자회사를 매각하는 이유로는 충분치 않은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CJ오쇼핑이 중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CJ오쇼핑은 그동안 동방CJ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실제로 2009년7월 중국 내 24시간 홈쇼핑방송 허가를 얻기 위해 500만 달러에 19%의 지분을 매각했고 2010년 9월에는 요요홈쇼핑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지분율을 26.8%로 줄였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CJ오쇼핑이 중국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이번 지분 매각은 우려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훼손시켰다”며 “특히 이익창출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천천CJ 역시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헐값 매각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동방CJ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주가수익비율(PER) 30배 안팎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 가격은 PER 8.4배에 불과하다. 손 연구원은 “이번 매각가격은 동방CJ의 가치를 4,564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인데 지난해 당기순이익 대비 PER 15배, 올해 예상 순이익 대비로는 10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치”라며 “중국 사업의 높은 성장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수준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CJ오쇼핑의 목표주가 하향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이날 대부분의 증권사가 CJ오쇼핑의 목표주가를 약 20% 낮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이 동방CJ의 기업공개(IPO)와 해외 상품 공급을 담당하는 손자회사인 IMC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경기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매각은 중국정부가 동방CJ의 중국 증시 상장 조건으로 외자계인 CJ오쇼핑의 지분율을 15%대로 낮출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동방CJ의 상장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동방CJ 지분 매각으로 감소한 기업가치는 IMC 사업 활성화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고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기업공개 전 할인 매각했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초기 투자금액(약 57억원) 대비 22배, 연평균 4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 IPO 때까지 현재 지분율을 유지할 경우 투자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해외진출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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