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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심국 이상과 현실
입력2003-05-16 00:00:00
수정
2003.05.16 00:00:00
인구 400만 싱가포르에 대한 세계열강의 구애가 뜨겁다.
미국은 이라크전이 끝나자 서둘러 싱가포르와 모든 무역관세를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로써 싱가포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다.
미국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하자 라이벌 유럽연합(EU)은 다급해졌다. 동남아를 방문한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싱가포르,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FTA를 체결했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싱가포르 언론들은 이에 대해 EU의 `구애가 뜨겁다`고 표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중국이 ASEAN 10개국과의 FTA 추진을 구체화하자 일본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FTA 체결을 서둘렀다.
열강들이 싱가포르와 FTA를 서두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싱가포르가 속해 있는 ASEAN, 또 그 배후에 있는 중국시장 진출에 경쟁국보다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싱가포르는 동남아,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경제적 허브가 되고 있다.
동북아 허브(중심국)가 되겠다는 한국은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은 방미기간 중 미국과 FTA 체결을 원한다고 말했으며 FTA 협상의 걸림돌인 농업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이 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외교적 수사를 받아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왜 한국이 동북아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터졌다. 전근대적 물류시스템의 누적된 문제가 산업의 동맥인 물류를 끊고 경제를 마비시킨 것이다.
막강(?)한 부시라도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으로 임명할 권한은 없다. 동북아 중심국은 싱가포르처럼 선진국과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구애하고 또 투자할 수 있도록 주체적 준비와 환경이 마련돼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세련되게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귀국하는 노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동북아 중심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장순욱기자(국제부) sw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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