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부동산 서비스 업계의 아쉬운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997년 IMF 직후 한국 부동산 시장이 개방된 이래로 한국의 부동산 투자시장은 세계가 놀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 투자자에게 러브콜이 쇄도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부동산 서비스 업계는 이에 걸맞게 성장했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부동산 서비스업에 몸담은 사람 중 한 명으로써 이런 상황을 업계 스스로 만들었고 이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서비스의 영역이 오피스 시장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IMF 이후 투자시장의 규모는 5배 이상 커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투자는 오피스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서비스 업계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발 빠른 길잡이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음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 부족이다. 투자시장이 커지면서 자연히 부동산 금융이 발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기구(investment vehicle)를 만들고 새로운 투자구조를 만들어서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업은 어떠한가. 전통적인 서비스업인 자산관리(property management)를 살펴보자. 임대의 전문화나 관리기법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15년 전에 하던 방식 그대로를 답습하고 있다. 건축기술, 새로운 공법, 친환경 빌딩의 등장 등 하드웨어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인 부동산 서비스 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했다.
필자가 1999년 말에 투자자문을 한 빌딩의 당시 관리비는 3.3㎡당 2만원이었고 그중 자산관리(PM) 수수료가 3.3㎡당 약 2,000원이었다. 현재 관리비는 약 두배가 됐지만 자산관리 수수료는 3.3㎡당 600~700원 수준이다. 이렇게 낮아진 PM 수수료는 해당 서비스 분야의 인재풀을 줄어들게 하고 이는 다시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점도 문제다. 투자시장의 규모 확대는 시장의 발전을 가져왔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투자시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길잡이 역할을 해야 했던 부동산 서비스 업계는 그동안 안일한 방식으로 일해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일부 부동산 서비스 회사들이 변화하는 시장을 읽고 투자자에게 새로운 분야(리테일·물류·호텔 등)에 대해 안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투자자와 서비스 회사 간에 서로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상호 신뢰가 쌓일 것이고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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