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끝물에 접어들면서 국내 각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바가지 상혼은 일부 지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달 수해로 피해를 입은 동해안은 물론 서해안과 남해안 등 전국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의 경기침체에다 일부 상인들의 탐욕이 일차적인 이유이기는 하지만 피서지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무책임 행정’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주 말 전남 청산도로 동생 가족과 부모님을 모시고 휴가를 떠난 P모(36)씨는 현지 민박집 주인의 푸대접과 바가지 요금 씌우기로 속이 시꺼멓게 돼 돌아왔다. 한끼에 1인당 5,000원 하는 식사의 반찬은 멸치와 김치 몇 조각이 전부인데다 큰맘 먹고 시킨 오리탕은 냄새가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잠깐 타고 나간 어선은 1인당 2만원씩 어린이까지 합쳐 모두 32만원이 청구됐다. 당초 2박3일을 계획했으나 하룻밤 날을 샌 뒤 부랴부랴 짐을 싼 P씨가 지불한 돈은 숙박료 20만원 등 모두 100만원에 달했다. 충남 태안으로 휴가를 떠난 N모(55)씨도 피서지의 무질서에 크게 실망하고 ‘혹시나가 역시나’ 하고 돌아온 케이스다. N씨가 찾은 꽃지해수욕장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 일부 행락객들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주변 민박집들의 숙박료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제각각인데다 자릿세, 주차비, 그늘막 사용료 등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었다. 주변 펜션과 민박들은 20평은 하루 30만원, 25평은 40만원을 달라며 콘도보다 두배 이상의 값을 요구했다. 올해 수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동해안을 ‘일부러’ 찾은 K모(43)씨도 지자체장들의 호소에 괜히 속았다는 기분만 들었다. 생수나 음료수가 시중가의 두배인 1,000원이 기본인데다 해수욕장 인근의 모텔들은 평소에 4만~5만원 하던 것을 10만~12만원씩 두배 이상 올려 받았다. 이에 따라 휴가철 피서지 바가지 요금을 법을 세워서라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관광불편신고센터’ 등을 만들어 바가지 요금 시정에 나서고 있지만 구속력 없는 현재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바가지 상혼에 멍든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현재 숙박ㆍ음식료, 대여료 등이 모두 자율요금이어서 상인연합회 차원의 자정결의나 지자체의 시정권고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법이나 지방조례를 만들어서라도 피서지 바가지 요금을 ‘시장질서 문란행위’로 엄격히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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