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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

현장 누비며 '농민 함께' 몸으로 터득 … 소중한 평생 자산됐죠

입사 초기 진도 발령, 금융지원으로 농민 지위 올리기 구슬땀

소신 갖고 도와준 농민, 부농으로 바뀐 모습 봤을때 큰 보람

보험업서도 협동조합 정신 이어… 고령자 친화 상품 만들 것




가난이 평범했던 지난 1950년대, 지리산자락이 걸쳐진 순천에서 태어난 11남매 중 막내도 평범한 소년이었다. 배급 우유 가루로 배를 채우고 미군 초콜릿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인 줄 알던 그 시절, 그도 마찬가지였다.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개천에서 난 용'의 대표 격인 고시 합격을 꿈꾸며 법대를 진학할 때, 그도 그리했다.

그 작고 까맣던 청년이 올해 3월 국내 생명보험 업계 4위 NH농협생명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은 지금도 대형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라기보다는 푸근한 조합장 같은 인상이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 칼칼한 목소리에서는 경륜이 야무지게 배어난다. 1982년 농협에 입사해 CEO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농협생명 수장으로서의 경영철학을 최근 서울 서대문구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들어봤다.

김 사장은 대학생 시절, 고시가 시원찮자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는 개발시대라 대기업도 원서를 넣는 족족 취업되던 시절이었다. 어느 회사가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한국은행에 다니던 하숙집 주인이 농협을 추천했다. "옳거니 했어요. 당시 등록금이 한 학기에 5만원, 쌀 한 가마니가 5만원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쌀이 그만큼 귀했던 거죠. 먹거리가 존재하는 한 농협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고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가 금융맨, 아니 농협맨으로 성숙하게 한 경험은 빨리 찾아왔다. 입사하자마자 진도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 정부는 독일에 광부·간호원 인력을 수출해 들여온 차관을 농민에게 지원했는데 농협이 그 일을 맡았다. 돈이 필요한 농민들에게 5만원, 10만원씩 대출을 해줬다. 그 돈으로 농기구도 사고 종자도 사서 부지런히 논밭을 일구고 그 소출로 정직하게 먹고사는 농민들을 지원해주는 일에 재미가 붙었다. 급여는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적었어도 자부심을 느꼈다. 일에 재미가 붙자 대출 규모를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농민의 지위를 금융지원을 통해 올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업도 투자를 해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면 어엿한 사업으로 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표고버섯을 재배하려는 농민이 대출을 받으러 찾아왔다. 버섯 농사가 당시는 흔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괜찮은 아이템인 듯했다. 그 농부의 산을 다 뒤져서 침목을 일일이 셌다. 거액을 대출하려다 보니 꼼꼼히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책정한 대출금액이 500만원에 달했다. 당시 진도지점에서는 소액대출만 해주다가 500만원 규모의 대출은 처음이었다.

"그분 어떻게 됐냐고요? 지금은 연매출 30억대 부농이 되셨어요. 아들하고 같이 버섯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전남본부장으로 다시 지역에 내려갔을 때 수십년 만에 그 고객을 다시 만났습니다. 제가 농협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농협맨'의 정신은 신입사원 시절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일반 금융회사들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하지요. 또 주요 은행들의 주주가 절반 넘게 외국인입니다. 그러나 농협은 일반 금융회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농협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점은 우리는 농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점입니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상부상조의 협동조합 정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배당을 통해 조합에 다시 돌려주는 게 농협의 본분이라고 역설했다.

농협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은 2013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으로 '전직'하면서 보험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 보험업으로의 전직이 낯설지는 않았을까. "농민들이 농사를 짓다가 상해를 많이 입습니다. 입사 초기 한 조합원이 농기구를 잘못 다뤄 다쳤는데 당시 농협공제회에서 보상을 받아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농민들에게 충분히 홍보하면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상부상조한다는 개념에서 농협과 보험은 맥이 닿아 있기 때문에 보험업이 익숙합니다."

농협생명은 수익이 적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유배당 비적격 연금, 장애인연금, 농업인을 위한 정책성 보험 등을 팔고 있다. "화려한 상품보다는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고객과 회사가 서로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 사장은 일반 민영보험회사는 농협인을 위험직군으로 분류해 보험료율이 높게 책정되는 데 반해 농협생명의 보험상품은 똑같은 요율을 적용해 농민들에게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또 농민들은 보험에 가입하면 불입한 금액의 2%가량을 배당을 통해 돌려준다. 이용하면 할수록 이익인 협동조합의 정신이 보험상품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셈이다.

앞으로 그가 상품 개발에 있어 가장 주목할 점은 고령화다. 김 사장은 "농촌에 가면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60세가 넘으면 보험 가입을 잘 안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농협생명이 고령자들을 위한 신상품을 만들어 '이로운 보험'을 팔고 싶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령자에게 복잡한 상품은 가입장벽이 높고 불완전판매 소지가 높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가입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고령자 친화적인 상품 개발 및 판매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농촌뿐 아니라 전 국가적 문제이므로 고령자 친화적 상품은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복안이다.

입사 이래 쉴 새 없이 일하며 달려와보니 어느덧 CEO 자리에 올랐다. 그의 청년 시절에는 농부와 같은 근면함이 제조업이나 금융업 종사자 모두에게 필요했다. 한 달에 한 번 쉴까, 월화수목금토토 주7일을 일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승진시험 공부에 매달렸다. 출퇴근시간이 아까워 사무실 옆에 여관을 얻어 저녁이면 여관방에서 책을 넘겼다. 한국 사회도 많이 발전했고 근무하는 방식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게 실감 난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그의 경영 소신이 있다. 바로 현장 중심 경영이다. 이는 은행창구에서 보험·대출·카드 등 모든 업무를 하면서 성장한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신이다. 그는 아비바생명 사장 재직시 직할 영업팀을 만들어 본사 직원들이 설계사(FC) 역할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농협생명 사장 취임 후 두 달여간 전국 80개 지점과 조합장들도 쉴 새 없이 만났다. "본사 직원들은 일선 현장의 고민을 잘 모른다. 현장 마케팅을 알아야 후선에서 지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CEO 김용복에서 현장을 누비며 농민과 함께했던 청년 김용복의 모습이 겹쳐졌다.





He is…

△1955년 순천

△1973년 순천고 졸업

△1982년 전남대 법대 졸업

△1982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5년 농협중앙회 심사실 실장

△2008년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장



△2012년 농협중앙회 개인고객본부 겸

기업고객본부 본부장

△2013년 NH농협은행 여신심사본부장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

△2015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운용자산 수익률 높이기 총력

체질 개선 한창 NH농협생명

NH농협생명의 최고경영자(CEO)에게는 기업의 체질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김용복 대표도 취임 이후 장기적인 수익구조 확대를 위한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우선 보장성 보험 판매 증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협생명은 단위 조합과 농협은행이 주력 판매채널이다 보니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높다. 이는 저금리 시대에 부메랑이 될 우려가 크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새로운 종신보험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월납보험료 기준으로 보장성 보험의 판매점유율이 지난해 평균 16%에서 올해 1·4분기에는 34%로 증가했다.

운용자산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그가 신경 쓰는 대목이다. 운용자산 수익률이 높을수록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회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 운용자산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1.9%에 불과한 해외투자 비중을 올해 9.5%로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투자금융본부 내 해외투자부와 프로젝트금융부를 신설했으며 해외투자 전문가도 기존 2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판매채널의 경우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채널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설계사(FC)지점의 전략적인 조직 구축과 효율화를 꾀하고 신규 독립판매법인(GA) 제휴사를 발굴할 계획이다.

사람이 자산인 조직인 만큼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인적 구성이 매우 다양하고 젊은 신규 직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인적 잠재력이 매우 높다"며 "이러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역량 강화활동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산업이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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