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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압축성장 후유증 커 창조경제 통해 일자리 만들어야"

이코노미스트誌 특별 조명


지난 1890년대에 조선을 여행한 영국의 여류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그의 저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나는 미래에 있을 이 나라의 더 큰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다"고 기술했다. 그로부터 약 120년,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압축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실현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성공의 역사는 동시에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한국은 짙게 드리워진 성장의 그늘 속에서 미래를 암중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국은 거대한 감압(the great decompression)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창조경제를 통해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바라본 한국의 가장 큰 두통거리는 노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2%를 차지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그 비율이 2배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여성 한 명당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1.3명 이하로 OECD 최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노인 복지 향상과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법은 부분적 대책에 불과하다"며 "저출산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 답안"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일차적으로 과도한 교육열이 꼽히지만 그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분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지적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조선시대 과거제도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현재의 사교육 과잉과 학력 인플레이션은 좋은 일자리가 삼성ㆍ현대 등 일부 재벌과 소수의 공무원·의약업·금융업으로 제한되고 나머지는 기본 생활조차 위태로운 비정규직이 대다수라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의 교육이 배움보다는 대학 '간판'에 목표가 맞춰져 있으며 젊은이들은 18세에는 대학입시, 25세면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이중병목'에 시달린다는 뼈아픈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재벌 규제와 중소기업 살리기만을 강조하는 경제민주화는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기업의 경쟁력만 죽이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성장 패러다임인 창조경제에 주목했다. 실패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는 창업환경을 갖추고 창의력 있는 인재를 적극 발굴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통신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강소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카카오톡, 투명 디지털 광고판으로 유명한 바이널, K팝 등을 창조경제 사례로 꼽았다. 아울러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서비스 분야에 대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제조업 일색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코노미스트는 성공의 방정식이 다양한 나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비효율적인 무한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 조지메이슨대의 타일러 카우언 연구원은 "미국은 하나의 사다리를 탈 수 없으면 다른 사다리를 골라 최고가 되면 되지만 성공의 정의가 하나인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사다리를 오르려고 기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비싼 아파트, 고급 레스토랑, 성형수술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의 개념을 찾는 괴짜ㆍ반항아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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