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진단은 통과했는데…' 서울 강남권 중층재건축의 대명사 격인 잠실주공5단지가 지난달 안전진단이라는 큰 산을 넘어섰지만 조합원 간 내홍에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추진위 단계인 이 단지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건축계획 및 용도지역 상향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조합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 추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사업은 당장 건축계획에서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추진위 측은 용적률 300%를 적용 받아 총 9,8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새로 짓는 한편 조합원 전부가 추가부담금 없이 140㎡형 이상을 배정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잠실5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근 재건축 예상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용적률 300%를 적용 받아도 신축 가구 수는 7,000여 가구에 불과한데다 현재 3,930명의 조합원 중 1,100여 가구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 면적(113~119㎡형)을 다시 배정 받아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진위는 추가분담금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건축설계사무소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 2억원이 넘는 분담금이 나온다"고 말했다. 추가분담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해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가 말이 바뀌면 조합원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사업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잠실 P공인 관계자는 "분담금이 없다면 지금 집값을 바닥으로 볼 수 있겠지만, 추가 부담액이 2억원을 넘는다면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잠실5단지 113㎡형은 11억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직후 최고 5,000만원 가까이 호가가 올랐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축계획을 짜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 할 입장인 송파구도 아직까지 구체적 건축계획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일단 조합부터 정식으로 구성돼야 세부 계획안을 만들 수 있다"며 "잠실5단지가 속한 한강변 '유도정비구역'에 대한 개발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올 연말은 되야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 6월30일 현 추진위의 재건축을 반대해 온 전임 입주자대표회의의 임기가 만료돼 조합 설립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전진단까지 통과된 마당에 재건축 자체를 계속해서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종언 신임 입주자대표회의장은 "추진위가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안을 내놓고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 재건축을 한다면 사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