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싱글 여성 김지수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침 식사를 종종 거르거나 가끔 빵과 커피로 대신했지만 올해부터 즉석밥과 간편식 제품으로 속을 꽉 채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밀가루가 쌀밥보다 당분이 높아 다이어트는 물론 혈관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아침밥을 거를 경우 오히려 쌀밥과 세 가지 이상의 반찬을 챙겨 먹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고 나서다.
김씨는 "요즘에는 즉석밥 종류도 많고 간편식 제품도 다양해 조리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아 빵집에 들러 빵을 사와 먹는 것보다 집에서 간단히 밥을 챙겨 먹고 나가는 게 훨씬 시간이 절약된다"며 "또 빵이나 시리얼로 대체했을 때보다 속이 더 든든해 일의 효율성도 높고 점심시간까지 쉽게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쌀 소비 촉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쌀에 대한 오해로 쌀의 영양학적 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쌀이 과연 건강에 유익한지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쌀 소비를 늘리는 지름길이자 정도라는 지적이다.
◇쌀 식단은 비만 가능성 낮춰=쌀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쌀이 비만과 당뇨 발생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쌀 전분이 밀 전분에 비해 소화흡수가 느려 오히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 비만과 당뇨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되레 비만과 당뇨의 원인은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과 육류 지방 섭취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빵은 식후 포도당과 인슐린을 급하게 상승시키고 중성지방을 높이는 반면 백미밥은 식후 인슐린 상승이 빵에 비해 현저히 낮아 체지방의 합성과 축적을 억제해 비만 예방 효과가 있다.
70년째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듀크대 의대는 비만 참가자들에게 쌀 중심의 식단을 제공한 결과 남성은 13.6㎏, 여성은 8.6㎏ 평균 체중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반찬과 곁들이는 쌀 섭취 식습관이 파스타와 피자처럼 단일 메뉴를 먹는 것보다 포만감이 더 높아 과도하게 먹지 못하기 때문에 뒤따르는 과식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은 "밀가루는 소화속도가 빨라 공복감이 빨리 느껴져서 많이 먹게 된다"면서 "밥을 먹을 때 쌀만 먹는 경우는 없고 반찬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쌀 식단은 포만감이 오래가 비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여가지 영양소 함유한 '완전식품'=쌀이 전분으로만 이뤄졌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이지만 단백질·필수지방산·비타민·식이섬유·미네랄 등 10여가지 영양성분이 포함된, 단일식품으로는 '완전식품'이라고 식품영양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이 쌀은 다른 곡류에 비해 성장발육 촉진과 두뇌발달에 좋은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100g당 2.3g인 밀보다 높은 3.8g으로 양질의 단백질 함유를 자랑한다. 지방 역시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성인병의 위험이 낮고 비타민 B복합체와 다양한 무기질은 물론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비만 예방에 효과적인 식이섬유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유식에 필수적으로 영양소가 풍부한 쌀가루를 넣는다. 밀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지만 쌀은 부작용이나 알레르기에서 자유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현미쌀은 비타민E, 토코트리에놀과 같은 항산화제가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는 인체 내에서 생체막의 손상이나 지질의 고산화를 억제해 노화 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희종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다만 완전영양소의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라이신 함량이 높은 콩이나 두부를 함께 먹고 곡물에는 없는 비타민C가 함유된 채소를 곁들이면 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식단에는 반드시 쌀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영양학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두뇌활동 자극에 학습능률 제고=영양학자들은 성장기 아이에게는 시리얼이나 밀가루류보다는 영양학적 가치가 높고 균형 잡힌 쌀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시리얼은 다량의 당분과 탄수화물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면 복합탄수화물의 소화속도가 밥보다 빨라 쉽게 허기지고 지칠 수 있다.
반면 아침을 쌀밥으로 먹을 때 씹는 활동이 두뇌자극에 훨씬 유익해 빠른 두뇌활동에 좋고 포만감이 지속돼 학습능률을 높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밥으로 된 아침 식단을 통해 아이들이 오전 학습을 잘 보낼 수 있게 한다"며 "아이들이 시간이 부족해 빵만 먹고 가는 날에는 배가 빨리 꺼져 점심시간까지 참기 힘들다고 토로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섭취 목적에 따라 특정 영양소를 강조한 기능성 쌀을 알고 쌀을 통해 영양성분을 보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단백질 아미노산 함량을 높여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안미'는 '키크미'라는 별칭으로 팔리고 있고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고아미'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쌀 표면에 열과 압력을 가해 항암작용을 하는 키토산을 함유한 '키토산쌀', 면역증강 및 항암성을 지닌 상황버섯 균사체를 현미에 배양시킨 '상황버섯쌀'을 비롯, '당뇨쌀' '카테킨쌀' '게르마늄쌀' '미네랄쌀' '홍화씨함유쌀' 등 다양한 기능성 쌀이 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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