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금 납부 연장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대금 납부시기를 연장해달라고 산업은행에 공식 요청했다. 한화가 산은 측에 공을 떠넘김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한화그룹은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가진 한화-산은-대우조선해양 노조 간 ‘3자 대면’ 자리에서 “매매계약은 예정대로 체결해야 하지만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글로벌 금융 및 경제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 내년 3월 말로 돼 있는 잔금 완납 조건을 분납 또는 연기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은 측은 한화의 이 같은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MOU 체결 당시와 지금은 경제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으므로 매각조건 등 계약내용이 달라질 여지는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대해서도 “실사저지를 풀어야 요구조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노조 측은 “한화의 인수 의지가 의심된다”면서 ‘선(先) 합의-후(後) 실사’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실사 없이 오는 29일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금융 및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3개월 이내에 6조원에 이르는 잔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면서 “매각을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산은 측이 융통성을 발휘해주는 쪽이 현명한 처사라고 본다”고 밝혔다. 산은 측은 한화가 29일 본계약을 거부할 경우 MOU 체결시에 받은 3,000억원(총 인수대금의 5%) 이상의 이행보증금을 몰수하고 한화에 대한 매각절차를 무효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