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업계의 감원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도 인력 감축의 사정권에 들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6년 만의 최대 규모인 1,700명의 인원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액수의 투자금을 회수, 비용절감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는 지난 12일 이미 1,300명을 해고한바 있다. 씨티그룹도 그룹 내 투자은행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 추가로 1만명 정도의 인력을 줄일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이미 지난 1년간 2만3,000여명을 감원했다. 미 금융업계의 감원바람은 이제 실리콘밸리로 전파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T 플랫폼 공급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전체 인력의 15%~18%에 달하는 5,000명~6,000명의 인원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IT업체가 금융위기 이후 이만한 규모의 감원을 발표하는 것은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처음이다. 휴렛패커드(HP)도 앞으로 3년간 전체 인력의 7%가 넘는 2만4,600명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곳곳에서 불어오는 감원 폭풍으로 수입이 끊긴 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파산 관련 조사업체인 AACER에 따르면 지난 10월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10만8,595건으로 전달보다 8%나 증가했다. 월간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10만 건을 넘은 것은 파산신청 자격요건이 엄격해진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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