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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입력2000-03-12 00:00:00
수정
2000.03.12 00:00:00
[월요초대석] "벤처열매 전 국민과 골고루 나눌것"『정보통신·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제2의 산업혁명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우리의 경제지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장흥순(張興淳) 신임 벤처기업협회장은 한국 벤처역사에 가장 중요한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는 지난 10개월간을 이렇게 진단했다. 張회장은 『이런 속에서 벤처기업은 실제적인 기업의 성과라기 보다는 시대변화 가능성과 그것이 주는 잠재력을 과실로 맛본 것』이라며 『매출이 없으면서도 시장가치가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짚어냈다.
그는 『반벤처정서라는 표현으로 벤처기업을 비판하는 시각은 기존사고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의 강도 때문』이라며 『국민들에게 벤처를 알리고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흥순회장은 지난달 29일 이민화(李珉和·메디슨회장) 초대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벤처기업의 대변자를 맡게된 張회장을 만나 벤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벤처기업협회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벤처기업이 IMF체제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에서 벤처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기업수가 5,400개를 웃돌고 있습니다. 2003년이면 4만3,000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거대자본을 기반으로 했던 산업사회가 지식기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벤처란 새로운 가능성이고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연구소에서 기업이 만들어지고 있고 교수·학생들도 사장이 되고 있습니다. 스톡옵션이라는 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에서 자그마한 벤처기업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습니다. 벤처의 잠재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은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축적된 기술력에 자본이 결합함으로써 벤처기업이 글로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습니다.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양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벤처기업협회는 앞으로 어떤일을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벤처협회가 일부 엘리트기업들의 사랑방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적하신 말씀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신생벤처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는 세대별·업종별·지역별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터져나오는 욕구들을 수렴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벤처협회에 부여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국제·정책·코스닥·여성·바이오 등에 관해 토론하고 정책대안을 논의하는 부회장 중심의 전문위원회를 협회내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 온라인상에서 여러사람들이 수시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입니다. 협회 홈페이지를 벤처기업 정보제공을 위한 포털사이트로 확대개편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張회장께서는 취임사에서 「나눔의 문화확산」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반벤처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벤처정서의 실체는 무엇이고 이를 누그러뜨릴 대안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변화는 항상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전통제조업 중심에서 기술혁신주도형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입니다. 지난 10개월간 벤처기업은 기업자체의 성과보다는 시대변화가 가져다준 열매를 크게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소외됐다는 것이 반벤처정서의 원인이 된 것같습니다. 제조중심 사고에서 보자면 매출도 변변찮은 회사가 시장가치 조단위를 얻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와 협회는 앞으로 이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디지털갭을 줄여나가겠습니다. 세대간·업종간 디지털갭은 부(富)를 누가 얻느냐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전 국민이 디지털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재정난으로 활동이 위축돼 있는 비정치적 순수 민간공익단체들을 선정해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것은 활발한 시민운동을 촉진해 명랑하고 깨끗한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 회원사와 학술·문화·봉사단체가 자매결연을 맺도록 권장하고 협회회원사가 자체적으로 공익재단법인도 설립할 게획입니다. 벌써 메디슨·휴맥스·다우기술·핸디소프트·두인전자 등 12개 업체는 710억원을 출연키로 했으며 이 규모는 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벤처기업들이 공익재단법인에 출연하는 비용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가 낮아 걸림돌이 되고 있어 관련 법규의 개정요청을 병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총선이 한달여 남았습니다. 현 정치상황이 벤처붐을 이어가는데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십니까.
▲벤처기업특별법을 만들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벤처가 오늘날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가에 관계없이 벤처를 중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의 벤처는 아직 완전한 성숙단계에 있지 못합니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2~3년은 이어줘야 합니다. 그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체 에너지를 갖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하는 분들도 이점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인터넷기업을 비롯한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어떤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또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까지 벤처기업은 내수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질 겁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에 코스닥시장을 통해 얻어진 자본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촉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2~3년안에 우리 벤처기업에서 글로벌스타가 탄생할 것입니다. 지금도 벤처기업의 전체매출은 매년 3배가 늘고 있지만 수출액은 5배가 늘고 있습니다.
1세대 벤처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사업을 했다면 2세대 벤처는 기업간 결합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시너지효과창출이 그들의 화두입니다. 이것은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은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사업은 컨텐츠를 무기로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그렇게 보자면 시장이 좁은 곳입니다. 결국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남북교류와 관련된 진전된 선언을 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100여개가 북한에 나가있고 대기업도 활발한 경협을 하고 있으며 이제는 정부 당국간에 만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남북경협과 관련해 벤처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아주 좋은 제안입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있는 것은 없지만 북한의 군사관련 기술은 벤처가 지향하는 기술기반산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장은 북한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수 있는 경공업을 원하고 있고 우리기업도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더 진전된다면 북한의 자본재 기술이 우리의 벤처와 만나는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돌아가면 협회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보겠습니다.
-이민화 전임회장이 벤처은행과 벤처방송국을 설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협회 차원에서는 이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벤처은행은 좀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방송국은 다음달부터 기초조사가 들어갑니다. 벤처방송국은 벤처기업을 소개하고 벤처에 관해 얘기하는 장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지상파나 유선방송보다는 인터넷방송이 유력합니다. 200여개에 달하는 기존의 인터넷방송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설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M&A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얼마전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이 벤처기업들의 무분별한 다각화를 경고했습니다. 일부 벤처기업인중에는 대주주지분을 매각해 여론에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벤처기업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후배 벤처기업들에게 고언도 한마디 해주십시요.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인들은 각자의 행동이 벤처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꼭 염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저버리면 디딜곳이 없습니다.
새로 벤처에 뛰어든 후배들에게는 나홀로 경영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더불어서 산다는 생각, 주변 이해관계자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걱정없이 사업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이 기업하기에 좋은 세상이 된 것이지만 자칫 개척정신·도전정신·헝그리정신을 잊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자본이 아닌 R&D가 우선이 돼야 합니다. 아무쪼록 한국의 벤처붐을 이끌어갈 많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대담=성장기업부장YKCHOI@SED.CO.KR
정리=박형준기자HJ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3/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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