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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삶, 30년전과 똑같아”

“노동자들의 삶은 오빠(전태일)가 분신했던 3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삶속에 스며들어 노동자들의 역사를 다시 쓸 것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순옥(49)씨는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참여성노동복지터`를 열고 자신의 오빠가 몸을 불살랐던 30여년 전보다 오히려 악화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에 본격 뛰어들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복지터 활동을 위해 성공회대 초빙교수직을 그만둔 전 씨는 영국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노동자와 관련된 각종 공식자료에 노동자들의 진실한 삶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 전 씨와 그의 옛 선후배 동료들은 지난 2개월 동안 서울 창신동과 청계천 평화시장일대 500개 봉제ㆍ의류공장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조사하기도. 이를 통해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 직전인 1970년 청계천 일대 노동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골방에서 하루 16시간 노동`라고 발표했던 상황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지하 작업장에는 여전히 원단에서 나온 먼지가 날아다니고, 통풍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시간도 하루 14∼15시간으로 별반 차이가 없었으며 70년대와 달라진 풍경이라고는 노동자들의 주류가 10대 여공에서 30∼40대의 주부들로 대체됐다는 정도. 전 씨는 우선 여성노동자가 자녀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소와 일하는 동안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부방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 교육을 위한 기술센터도 건립하고 모범 의류봉제작업장을 조성, 창신동과 청계천 주변의 영세공장을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전 씨는 “오빠가 목숨을 걸고 개선을 요구했던 청계천 의류봉제공장의 노동조건이 30년전과 똑같다는 사실은 정말로 가슴아픈 일”이라며 “오빠의 간절한 소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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