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기대작품들 내달 15일 동시개봉 계획 변경<br>‘태풍’ -예정대로, '야수' '청연' -1~2주이상 늦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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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극장가는 벌써부터 연말 대목경쟁 준비에 한창이다. 당초 약속이 한 듯 한 날 한 시에 개봉하기로 한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막상 연말이 다가오자 서로 개봉일을 조정하면서 당초 예상됐던 ‘극장가 대란’은 피해갈 전망이다.
올 연말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은 ‘태풍’ ‘야수’ ‘청연’ 등 세 작품이다. 각각 100억원 가까이 제작비를 들인 이들 세 작품의 개봉 예정일은 모두 12월 15일. CJ엔터테인먼트(태풍), 쇼박스(야수) 등 선두다툼을 벌이는 거대 배급사들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야수’ 배급사인 쇼박스가 ‘야수’의 개봉일을 내년 1월로 늦추면서 이른바 충무로 ‘세기의 대결’은 일단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쇼박스 측은 “촬영이 예상보다 늦게 끝났고, 영화음악 작업에 공을 들이게 되다 보니 개봉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자존심 싸움’으로 불릴 정도로 개봉일을 늦추는 걸 부끄러워 하는 배급사들의 관행상 이례적인 일.
‘야수’의 개봉이 뒤로 미뤄지면서 쇼박스는 당장 연말 라인업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설 ‘말아톤’을 시작으로 ‘웰컴 투 동막골’ ‘가문의 위기’ 등 대목마다 연달아 ‘흥행 만루 홈런’을 터뜨렸던 쇼박스로서는 한 해 농사를 마감하는 연말 대목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일단 내년 1월 개봉 예정이었던 ‘연리지’나 ‘작업의 정석’ 등을 12월로 당기는 것을 검토중이지만, 두 작품 모두 촬영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청연’ 역시 당초 15일에서 개봉일을 1~2주 가량 뒤로 미루는 걸 검토하고 있다. ‘청연’의 한 관계자는 “굳이 한 날 한시에 개봉해서 소모적인 경쟁을 할 이유는 없다”며 “개봉일을 앞당기진 못하겠지만 1~2주 정도 뒤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수’가 개봉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연말 스크린에 다소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300개 이상의 스크린 확보가 가능하면 예정대로 개봉을 강행하겠다는 계산이다.
연말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태풍’은 느긋하게 다음달 15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등 초호화 캐스팅에 ‘친구’의 곽경택 감독으로 올 한 해 내내 제작 단계부터 꾸준히 팬들의 관심을 모아 왔다. CJ의 탄탄한 배급력을 등에 업고 500개 이상 스크린은 무난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연말 기대작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개봉일을 조정하는 이유는 당연히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당초 세 영화가 한 날 한시에 개봉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충무로에서는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오래 버티기를 하는 이른바 ‘치킨 게임’이라고까지 불렸다.
여기에 ‘해리포터’ ‘킹콩’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지는 연말 시즌에 버티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국내에 영화를 걸 개봉관 스크린 수는 약 1,300여개. 웬만한 한국영화 대작이 최대 500여개, 외화가 300여개를 걸 수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도 이들 영화가 모두 대대적으로 걸리는 건 불가능하다. 또 치열한 연말 경쟁에서 한 주라도 다른 영화에 흥행이 밀리면 곧바로 스크린에서 떼여져야 한다는 것도 1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영화사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래저래 영화팬들은 올 겨울 내내 행복한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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