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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배 한척이 일군 美 건국신화

■ 메이플라워/너새니얼 필브릭 지음, 바다출판 펴냄<br>메이플라워호 항해부터 아메리카 이주·정착<br>'필립 왕' 전쟁'에 얽힌 복잡한 역사까지 담아


미국인의 선조는 1620년 종교 자유와 신념을 위해 메이플라워를 타고 온 필그림(Pilgrimㆍ순례자)이라는 게 역사적 상식이다. 하지만 1607년 봄 메이플라워호가 도착하기 전에 104명의 유럽인들이 제임스타운이라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존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건국신화의 첫 페이지를 장식해야 할 이들이 역사의 행간에서 밀려났던 이유는 그들의 신분에 있었다. 빈민ㆍ부랑아ㆍ범죄자가 대부분으로 후손들이 떳떳하게 선조라고 자랑할 만한 계층은 아니었다. 이렇게 13년 후인 1620년 낡은 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을 떠난 필그림을 선조로 미국의 건국신화는 탄생하게 된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로 이름이 높은 너새니얼 필브릭은 미국을 만든 주인공으로 기록된 메이플라워 호의 항해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의 베일에 가려진 사실을 들춰낸다. 북아메리카 정착지 사업의 중요성이 커가던 17세기 초 프랑스ㆍ네델란드ㆍ스페인ㆍ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국가고가 바닥이 날 지경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1707년 봄 버지니아에 도착한 사람들이 추위와 가난 그리고 역병으로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에 대해 역사는 주목하지 않았다. 저자는 메이플라워호가 프로빈스타운 항구에 처음 닻을 내린 후에 실시한 두차례의 탐사 등을 시작으로 4개월간 영구 정착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녔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어 플리머스 정착지로 기록된 곳에 다다른 이들은 인디언 마사소이트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부 인디언들과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필그림의 아메리카 정착은 ‘도전’이었지만 원주민이었던 인디언에게는 ‘침략’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디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술로 저주를 퍼붓는 게 고작이었다. 저자는 필그림의 이주와 정착의 역사에 이어 미국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으로 기록된 ‘필립 왕 전쟁’에 얽힌 복잡한 전후 사정을 소개한다. 초기에 인디언들은 영국인들의 정착을 도왔으며 이들도 영국인의 영향을 받아 원주민 풍습과 서양 풍습을 섞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17세기 중반부터 인디언과 영국인들 사이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50여년간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이들은 충돌을 면치 못한다. 필립 왕은 필그림의 영향을 받았던 24살의 인디언 청년 필립의 오만함과 당당함을 빗대서 부른 이름이다. 돈이 필요했던 필립이 병력을 키워 1675년 영국 정착민을 대상으로 벌인 전쟁이 바로 필립 왕 전쟁이다. 종교적 신념으로 위기를 물리친 필그림 1세과 달리 돈과 명예를 추구했던 필그림 2세들의 야망 그리고 줄어들어만 가는 땅에 위기감을 느낀 인디언들이 불가피하게 전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저자는 자세하게 설명한다. 전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중 75%가 목숨을 잃었다. 살아 남은 인디언 중 일부는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다. 대신 승리를 거머쥔 필그림은 북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해나가 마침내 지금의 미국을 일궈내는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 탄생 신화의 진실과 아울러 그들의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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