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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최고의 흥행카드 이세돌

제1보(1∼16)



이세돌과 창하오가 결승5번기를 두게 되었다. 후원사인 BC카드의 장형덕사장과 실무진들은 신이 났다. 주연 배우가 작년보다 훨씬 화려하다고 믿는 얼굴이다. 작년에는 구리와 조한승이 결승5번기의 주역이었고 구리가 3대1로 승리한 바 있다. 그런데 금년에는 돌아온 마왕 이세돌이 중국의 창하오와 맞붙게 된 것이다. 이세돌보다 흥행성이 높은 기사는 없다. 복귀하자마자 무려21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그 연승 가운데는 중국의 랭킹1위 콩지에와 랭킹 2위 구리에게 이긴 승점까지 포함되어 있다. 전야제가 힐튼호텔 국화룸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의 말미에 마이크가 필자에게 왔다. 필자는 웬만해서는 질문에 나서지 않는데 그날은 경우가 좀 달랐다. 다른 기자들이 이세돌의 복귀 소감을 정식으로 질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마이크를 잡고 이세돌에게 복귀 소감을 물었다. 이세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세돌은 3분쯤 솔직하게 자기 감회를 털어놓았다. 필자는 묻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돌의 흑번. 흑5의 굳힘은 최근의 유행형이다. 흑7의 높은협공이 이세돌의 서반 취향이었다. 3선에 낮은협공을 하는 것이 더 흔하지만 실전보의 흑7도 얼마든지 유력하다. 여기서 흑이 참고도1의 백1로 즉시 뛰어들면 흑은 12까지 폭넓은 포석을 펼칠 것이다. 실전보의 백8로 참고도2의 백1에 두면 흑은 2 이하 12로 두어 백이 다소 불만이다. "실전의 백16까지가 신정석인 셈입니다. 최근 젊은 기사들의 실전에 여러 차례 선보인 패턴입니다."(강지성8단) 강지성은 이날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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