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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밀도 섬유 제조 기업인 웰크론은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쓰는 극세사 클리너와 집먼지 진드기를 막아주는 극세사 침구류를 주력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섬유기업이었다. 그러나 후발국과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일반 섬유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웰크론은 2005년 극세사 섬유 제조 기술에 나노기술을 접목, 나노섬유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웰크론은 세계 최초로 멜트블로운 공법(고분자 복합소재를 고열과 고압의 바람을 이용해 방사하는 공법)으로 나노섬유 울파필터 소재개발에 성공했다. 불과 5년전까지 국내 기업들은 울파필터에 쓰는 유리 섬유 소재를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또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고성능 첨단 필터 PTSE중공사 멤브레인 필터 개발에 성공, 국내 대표 나노 필터 생산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웰크론의 융합 시너지는 최근 10년간 적극적인 M&A를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나노섬유를 적용할 수 있는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 그룹 내 밸류체인을 형성한 것. 웰크론은 2007년 인수한 여성용 위생용품 회사인 웰크론헬스케어(구 예지미인)부터 수처리 플랜트 회사인 웰크론한텍(구 한텍엔지니어링), 산업용 보일러 제조사인 웰크론강원(구 강원비앤지) 등을 잇따라 인수, 멤브레인 필터, 고흡수성 부직포 등을 적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나노섬유 카테코리를 더하면서 웰크론의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 웰크론 그룹의 매출은 2010년 1,407억원(4개사 산술 합산, M&A 이전 매출 포함)에서 지난해 2,581억원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웰크론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이종산업간, 혹은 동종 산업 내 신기술 융합을 통해 퀀텀 점프에 성공하고 있다. 골프존은 문화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하면서 세상에 없던 골프시뮬레이터를 만들어냈고 국내 골프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30%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청소로봇 등 서비스로봇 전문기업인 유진로봇은 기계분야의 동작기술과 IT분야의 인지기술을 융합한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한우물을 판 끝에 3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에 다양한 제조기술과 디자인,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접목,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하며 '제3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정부 역시 이종산업간 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산업융합 촉진법' 제정에 이어 지난해에는 관계부처 합동의 융합화 중장기 전략인 '제1차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2013~2017년)'을 수립, 세부 중점과제를 선정해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은 멀다. 이종분야 간의 융합화가 점차 가속화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고있다고 하지만 인문학적 요소와 공학ㆍ과학기술을 융합하는 '융합화 제2라운드'는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디자인 융합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꼽히지만 여전히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을 활용하는 국내기업은 많지 않다. 과학기술 융합을 통해 안전, 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기술 융합 역시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홍주 경기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오늘날 융합산업은 기업 상호간의 역량강화 및 경쟁력의 동반향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이루는 동시에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반드시 다른 분야와 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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