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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에 꽃피운 체코 예술을 만나다

국립현대미술관 '프라하 추억·낭만전'<br>1905~1945년 활동 28명 107점 전시<br>초현실주의 작품 돋보여

프란티셰크 야노우셰크의 '담배 피는 사람'

프란티셰크 쿠프카의 '가을태양 연구'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체코는 제국주의 쇠퇴와 민족주의 부상,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탄생, 사회주의 대두 등 격변의 시대를 거쳤다. 혼란의 시대에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방황했던 체코 예술가의 모습은 그래서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쳤던 우리나라 예술가의 자화상과 맞닿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라하국립미술관이 보유한 대표작을 소개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체코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을 25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연다. 1905년부터 1943년까지 체코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주요 화가 28명의 그림 107점이 처음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나게 된다. 체코 작가의 작품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격동기에 예술혼을 꽃피웠던 체코 근대화가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다.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체코는 슬라브, 보헤미아의 고유한 민족문화를 바탕으로 많은 작가가 일찍부터 빈, 파리와 교류하며 문화적 역량을 키웠고 수준이 꽤 높아 동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했다. 체코 화가들은 1차 세계대전 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며 정치사회적으로 격변기를 거쳤으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끝없이 자문하며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근대적 표현의 모색(1905~1917) ▦새로운 나라, 새로운 표현(1918~1930) ▦상상력의 발산(1931~1943) 등 시대순에 따라 총 3부로 꾸며진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로는 프란티셰크 쿠프카(1871~1957)와 에밀 필라(1882~1953)가 꼽힌다. 쿠프카는 빈, 파리에서 활동하며 비구상에서부터 추상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들로네, 마티스, 피카소와 교류하며 포비즘(야수파), 큐비즘(입체파)을 모색한 그는 체코 미술을 유럽에 전파했다. 이번 한국 전시에는 그의 작품 11점이 나온다. 고대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를 상징주의 기법으로 소화한 '가을 태양연구'(1906)와 가난했던 파리 유학 시절에 만나 결혼한 아내에게 바치는 '쿠프카 부부의 초상'(1908)이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에밀 필라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본 후 입체주의 화법에 눈을 뜨게 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아침'(1911)은 독특하고 혁신적인 그의 화풍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1918년 체코공화국이 들어선 후로는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각종 아방가르드 미술이 시도됐다. 낙천적이고 유희적인 접근이 이뤄졌는가 하면, 진지한 사회주의적 그림과 풍경화, 여성 누드도 쏟아졌다. 목가적인 일상 생활을 시적 서정성이 가득한 화면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던 프란티셰크 무지카(1900~1974)의 '세자매'(1922)는 연극적이면서도 서사적인 요소를 지닌 그의 화풍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사회주의 영향을 받은 밀로슬라프 홀리(1897~1974)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노부인의 초상'(1925)을 발표했으며 블라스타 보스트체발로바-피쉐로바(1898~1963)는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 소외계층에 관심을 두었는데 '1922년의 레트나'(1926)는 그런 경향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초월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자유와 인간성 추구 같은 주제를 화폭에 담는 경향이 짙었다. 상상력이 넘치는 초현실주의 그림은 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란티셰크 야노우셰크(1901~1961)의 '담배 피는 사람'(1934)이나 요세프 시마(1891~1971)의 '내가 본 적 없는 풍경의 기억'(1936) 등에서 초현실주의 기법이 대담하게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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