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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무임승차 심리
입력1999-03-23 00:00:00
수정
1999.03.23 00:00:00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며칠전 우연하게 만난 어떤 선배 기업인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글쎄 지하철을 공짜로 태워준다는군』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듣지 못했으나, 곧이어 이해가 되었다. 만 65세가 지나고 보니 「경로우대(敬老優待)」로 지하철이 무임승차(無賃乘車)되고, 동사무소에서 3개월에 3만원을 은행통장에 넣어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런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보다는 「어느새 자기 자신이 그렇게 되어 버렸나」하는 것을 답답해 하는 듯 보였다. 길거리에서 어쩌다 나이어린 처녀들한테 할아버지 소리를 듣고 돌아서서 김샜다고 투덜대는 친구들과 비슷한 케이스이다.
지난 연말에 정년퇴직한 어떤 선배 대학교수는 비교적 단시간내에 우리가 성취한 민주화과정을 설명하면서 『데모 하는데 따라 나서지도 못한 사람으로서는 무임승차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붙들려 가서 매맞고 피흘리며 쟁취한 민주화의 결과를 편안하게 누린다는 자괴(自愧)의 심정을 반성하는 듯 털어놓는 것이었다. 「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지나가는 사람 따로 있다」고 했듯이, 세상만사 그런 것이려니 하자니 왠지 찜찜하고 미안해 하는 뉘앙스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요즘 어떻게 해서라도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려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무임승차심리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속담과는 반대로 「먼저 당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판단으로, 돌아가는 사정과 남들 하는 것을 살펴가며 나중에 하자는 대기업들을 질책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어서 어려웠던 국면이 풀리고, 국가신인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냥 견디면 버틸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너도 나도 구조조정 대열의 맨 뒤에 서려는, 그래서 유리한 쪽으로 따라붙으려는 무임승차심리가 젊은 관료들에게는 심히 못마땅한 것이겠지만, 야단치고 비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원래 장사꾼이란 잇속을 밝혀 돈 버는 일이라면 남보다 앞장서고, 손해보는 일에서는 뒤로 도망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유능하다는 관료들이 눈을 밝히고 따져도 자기이해(自己利害)에 얽힌 사안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게임과 같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금감위 사람들은 애초의 원칙대로 고삐를 죈다고 계속 신문에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엔 모든 것이 실무관료들 의도대로 된다는 법도 없다. 시간이 경과하는 데 따라서, 특히 경제사정이 좋아졌고 좋아진다는 예측이 나오는 분위기에서 융통성 없는 원칙을 고집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무임승차 심리가 심판대에 올려졌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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