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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투자 제대로 하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 이번에도 가장 타격을 입는 분야가 농업이라고 한다. 외국과의 통상협상이 타결될 때마다 농업은 항상 가장 피해가 큰 분야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부 역시 마치 정해진 코스를 가듯이 농어업 분야에 대한 보상 및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특별법 제정, 오는 2013년까지 집행하기로 계획돼 있는 119조원대의 농어촌 투융자 규모의 증액 검토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가 되는 농업인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고 정부의 대책마련도 물론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도 당연히 되풀이돼야 할 일로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에는 농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투융자 사업이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할 것이다. 농촌에 대한 집중적이고 대대적인 투융자사업은 지난 93년부터 본격화됐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면서 쌀시장이 처음 개방됐을 때 농업인들의 엄청난 반발로 온 나라가 큰 홍역을 앓았다. 시장개방을 감당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쌀시장 개방이 자칫 농촌을 황폐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았다. 정부는 쌀시장을 개방하되 최소한의 쌀만을 수입하는 10년의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농어촌 구조개선을 위한 투융자사업이었다. 92년부터 10년간 4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계획을 앞당겨 7년 만인 98년까지 42조원을 모두 투입하고, 거기에 더해 농특세(농어촌특별세)를 신설해 15조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5년간(99~2003년)은 농업농촌발전계획에 따라 45조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는 동안 10년의 관세유예기간이 다 흘러갔다. 정부는 다시 쌀 관세화 유예협상을 통해 유예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유예기간 동안에도 최소의무수입물량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쌀농사에 막대한 타격이 된다며 농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정권퇴진운동을 불사한다는 농업인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쌀협상비준동의안은 2005년 국회를 통과했다. 2003년까지 이뤄진 100조원이 넘는 투융자사업에 이어 쌀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을 계기로 제시된 것이 지금 집행되고 있는 농업­농촌중장기투융자계획이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총 119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규모를 더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진 후에는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는 농업이 항상 최대 피해 분야가 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몇 년 후면 또 맞닥뜨려야 할 쌀시장 개방협상에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에 자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까. 과거의 농어촌 투융자 사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적지않았다.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정부가 농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치밀한 검토도 없이 시작해 결과적으로 돈만 쏟아 부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투융자 심사단계부터 사업집행ㆍ사후관리 등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많은 누수가 있었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실패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에는 투자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FTA 협상 타결에 따른 피해내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보상을 포함한 투융자사업이 농업의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외국과의 통상협상이 타결될 때마다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대충 돈을 나눠준다는 식으로 집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융자 규모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효율적인 투자가 돼야 한다. 이번 투융자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이나 쌀시장 개방협상을 좀더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을 정도로 농업 경쟁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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