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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카지노 전당포 폐업속출
입력2001-06-29 00:00:00
수정
2001.06.29 00:00:00
개장초 70여곳 난립‥무모한 대출 회수못해 타격이슬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27일 오후 9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스몰카지노 주변 전당포 거리는 한창 영업에 바빠야 할 시간임에도 군데군데 불이 꺼진 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찾는 사람이 없어 직원들은 한가로이 TV를 보거나 엎드려 졸고 있어 불과 얼마전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모습과는 대조를 보였다.
카지노로 올라가는 길 입구를 중심으로 한 고한읍 일대에는 한때 70여개가 문을 열어 '전당포 타운'을 형성했었으나 하나 둘 자진폐업을 하거나 장기휴업에 들어가면서 현재는 20곳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실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은 10곳 정도고 나머지는 기존의 대출금 회수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던 전당포들이 개점휴업상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개인사업을 하다 집을 담보로 받은 은행대출금에 친척들의 돈까지 빌려 지난해 11월 이곳에 개업을 했던 D전당포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 전당포 사장 K모씨는 "이자는 제쳐 두더라도 원금만 회수되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문을 닫으면 그나마 빌려준 돈을 받아낼 길이 끊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당포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초창기 무모하게 신용대출을 늘렸기 때문. 뜨내기 고객들은 처음 몇 번은 제날짜에 이자까지 꼬박꼬박 갚아 신용을 쌓은 뒤 거액을 대출 받은 뒤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 이후 이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회수하는 일이 K씨의 주된 업무가 돼 버렸다. 이 때문에 이 전당포는 신규 대출은 엄두도 못 내고 오히려 찾아오는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지금 금고 안에는 돈을 빌려줄 때 작성한 차용증과 어음 등 서류 뭉치들만 잔뜩 쌓여 있다"며 "그나마 요즘 사채 이자제한과 관련, 고리대금업자와 동일시 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채권회수 자체에도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사정은 다른 전당포도 마찬가지. 또 다른 D전당포는 초기에 카지노 VIP고객들에게 수천만원씩을 빌려줬다가 낭패를 봤다.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 'OO회사 대표' 등 명함 내용만 믿고 거액을 대출해 줬지만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회사대표는 커녕 소득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아 채권회수 길이 막막해졌다.
전당포들이 빌려줬다가 받지 못한 돈은 적은 경우는 수천만원에서 많은 곳은 10억원이상인 곳도 있다.
반면에 처음부터 신용대출은 전혀 하지 않고 '정석'대로 물건을 맡아두고 소규모로 대출을 한 전당포 10곳 정도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들도 요즘은 벌이가 시원찮아 카드할인 등 불법영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날 밤 카지노 앞에서 만난 한 전당포 직원은 "자동차를 담보로 받아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어 적게 먹더라도 카드깡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당포 관계자는 "현재 같은 분위기로 가면 이 곳에서 올해를 넘길 전당포는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돈이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너도나도 사채 사업에 뛰어들었던 카지노 주변의 전당포 업체들은 지금 만신창이가 된 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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