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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31일] 협동조합의 도전정신
입력2009-08-30 19:35:13
수정
2009.08.30 19:35:13
신경립 기자
지난 27일 중국 길림성 옌지시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해방로에 중소기업중앙회의 ‘한국상품백화점(한백)’이 개장됐다. 1985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의 안팎을 새롭게 단장해 노후한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은 4층에 들어선 ‘협동조합 우수상품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은 소매판매는 하지 않는 대신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연길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대규모 도매판매를 알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에서 판로 확대에 제약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과 중앙회를 통해 중국 연변과 나아가 길림성ㆍ흑룡강성ㆍ요녕성 등 동북3성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갈수록 위축되는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중앙회 측 설명이다. 기업들의 시장진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점비도 전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개점 당일 찾은 한백 전시관에는 한복과 전등기구ㆍ시계ㆍ문구ㆍ가방ㆍ귀금속 등 불과 6개의 조합전시관만 썰렁하게 들어서 있었다. 규모가 큰 건물도 아닌데 한백 4층 전시관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입점 대상을 제조업이 만드는 완제품으로 제한했다고 하지만 900여개에 달하는 국내 협동조합 수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숫자다. 입점한 조합의 부스에도 전시된 제품 수는 많지 않았다. 판로가 없어 사라져가는 중소기업의 좋은 제품들이 많을 텐데 사실상 비용부담도 없는 전시관이 이토록 비어 있는 이유는 뭘까.
중앙회 측에서는 건물 계약기간이 내년 6월로 제한돼 적극적으로 조합들을 독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10개월 동안 새로운 시장, 그것도 한국 제품에 상당히 우호적인 시장에서 판로 개척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해볼 만한 시도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는 조합들의 자세다. 새롭게 일을 벌이고 우리 기업 제품을 하나라도 더 세계에 내보내려는 의지가 있다면 10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에 큰 의미를 둘 이유가 없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개점행사에서 “전시관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어설퍼 보이는 각 전시부스의 정비도 필요하고 제품들도 더 많이 들여놔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어 있는 공간을 메워줄 협동조합들의 참여와 입점 조합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중앙회가 마련한 작은 기회를 큰 성과로 이어가는 것은 이제 조합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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