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때문에 국민은행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1월 인천공항에서 지점을 철수한 후 환전과 관련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휴가철이 코앞인데다 오는 9월 계좌이동제 시행까지 앞두고 있어 이와 관련한 고객 이탈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에 지점을 설치한 은행은 외환·우리·신한 세 곳뿐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국내 4대 은행 중 국민은행만 인천공항에 지점이 없다. 국내 최대 리테일 뱅크라는 국민은행으로서는 여러모로 뼈아픈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환전 신청 후 공항에서 이를 찾으려던 많은 고객들이 환전을 못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인천공항에는 환전소가 없다는 점을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은행 인천공항지점을 찾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은행 인천공항 지점은 공항과 1㎞ 이상 떨어진 인천공항신도시 지점과 통폐합돼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고객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 초 120여개의 주요 거점 지점에서 보유 외국 화폐를 기존 10여개에서 20여개로 2배가량 늘려 공항 지점처럼 다양한 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환전을 신청한 뒤 공항 지점에서 이를 수령해가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고객이 인천공항에 있는 타 은행 지점에서는 환율 우대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공항 환전소는 외화를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환전 수수료가 최대 10배가량 차이 나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 고객들로서는 이래저래 분통 터지는 노릇인 셈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입찰 경쟁이 지난해 11월을 전후해 본격화된 탓에 국민은행이 입점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찰 관련 사업설명회가 진행된 지난해 11월은 KB금융 회장 인선을 놓고 국민은행 자체가 어수선했던 시점"이라며 "인천공항 입점과 관련한 득실을 따지고 또 타행의 전략을 분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입점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민은행이 신속히 차선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민은행이 재입점하려면 기존 사업자의 계약이 만료되는 2018년 말 이후를 노려야 한다. 단 기존 사업자가 인천공항 측이 제안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입점 기간을 3년간 추가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2021년 이후에나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