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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


현대중공업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5척이나 수주해냈다. 7억달러를 단박에 주문한 선주는 뜻밖에도 중국 해운업체다. '중국에서 건조된 중국선박으로 중국화물을 수출한다'는 국수국조 정책에서 벗어난 결정이 놀랍다. 한국의 조선산업을 바짝 추격 중인 중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국수국조 정책은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의 리처드 3세가 1381년 제정한 항해법의 골자가 국적선박 우선이었다. 영국의 보유선단이 워낙 미미해 사문화했던 이 법은 독재로 공화정을 운영한 올리버 크롬웰이 1651년 선포한 항해조례로 다시 태어났다. 이매뉴엘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역저 '근대세계체제'에서 핵심부 국가 간 치열한 투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했던 항해조례는 1849년에야 효력을 잃었다. 폐지되기 전까지 항해조례에 근거한 영국의 해운은 근린을 궁핍으로 내몰았다.

△영국뿐 아니라 스웨덴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도 자국 선박 우선주의를 채택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영국의 제해권이 워낙 막강했던 탓이다. 영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연이어 독립하며 항해조례와 비슷한 해운법을 제정하자 슬그머니 항해조례를 내려놓았으나 독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후발공업국인 독일이 빠른 시간대에 상선대를 조직하고 영국에 맞설 수 있는 대양함대를 건설한 배경에도 함대법이 있었으나 그 끝은 좋지 않았다. 일본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요즘도 배타적인 항해법을 고수하는 유일한 국가는 미국이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에 따라 연안무역과 미국적 선주의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하며 선원 비율도 미국인 중심이어야 한다. 폐쇄성으로 해운업이 몰락해도 미국은 이 법을 고집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측이 존스법 폐지를 주장하며 쌀시장 개방을 유보한 적도 있다. 일본과 브라질, 인도까지 존재하는 국수국조 정책에 매달리지 않은 중국이 새삼스레 커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도 지난해 중국의 조선소에 4억달러 상당의 해양플랜트를 발주했었다. 개방과 호혜평등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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