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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은 어디 가고 전군표만 남았느냐.” 전군표 국세청장이 26일 금품수수 사실을 거듭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의 사직 권고라는 변수가 없는 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국세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의 시발점인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보다 자신이 더 부각되는 상황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궁지에 몰려 있는 ‘정신이 나간 사람의 진술’ 아니냐”며 자신에게 돈을 줬다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검찰 진술내용을 거듭 부인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전 청장은 이어 “복잡한 김상진은 어디 가고 전군표만 남았느냐”고 말해 검찰 수사가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품수수 의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23일 이후 전 청장이 검찰 수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날 발언은 지금껏 나온 말 중 가장 강한 톤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검찰이 구체적 물증은 제시하지 못한 채 진술에만 근거, 전 청장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전 청장은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부 혁신토론회’에 불참했다. 청와대는 전 청장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에 아직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늦어도 다음주 중 어떤 식으로든 가닥을 잡을 것이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 전 청장이 불참한 배경과 관련, “거취 문제와 연결시키지 말라”고 말했지만,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회의 석상에 노 대통령과 대면하는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 청장이 미리 청와대 측에 불참을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회의에는 한상률 차장이 대신 참석했다. 한 차장은 전 청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경우 차기 청장으로 유력한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도 전 청장의 거취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전 청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한 뒤 ‘국세청장이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직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에 바뀐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특히 이번 사건이 국세청과 검찰의 권력 간 힘겨루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약간의 긴장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다툼으로는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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