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 발등 찍을까 고민=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ICJ 제소를 제안하며 강공에 나서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양국 정치 상황과 여론,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을 보면서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다.
일부 정부가 21일 독도 관련 각료회의에서 내놓은 것은 독도 문제의 제소 외에 ▦장ㆍ차관 등 각료급 접촉 중단 ▦이달 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경제장관회의에서의 양자회담 유보 등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이 내놓은 안을 취합해보면 외무성의 경우 ▦정상을 포함한 차관급 이상의 대화 보류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임기 2013∼2014년) 선출 때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 방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기다. 재무성은 ▦한일 재무장관 회담 연기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700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제산업성은 ▦한일 간 액화천연가스(LNG) 공동조달 재검토 ▦한일 경제연계협정(EPA) 협상재개 연기 등을 제출했다. 이밖에 각 부처에서 예정한 양국 간 대화 연기나 일본 자체적으로 '세계 지오파크'에 독도를 신청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양국관계에서 타격을 줄만 한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 섣부른 보복으로 일본 경제나 외교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간 LNG 공동조달을 재검토해 작업이 무산된다면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원전운영 중단으로 전력이 부족한 일본 기업에 큰 손실이 우려된다"며 "섣부른 경제보복은 한국에만 타격이 아니라 일본 스스로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 내에서도 독도 문제를 경제 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자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 일본 금융상은 이날 회의 후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정부, 무대응 고수=우리 정부는 여전히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독도가 우리 영토이므로 영토 분쟁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ICJ로 가자는 일본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일본이 단독 제소에 나선다 해도 우리가 ICJ 가입 당시 강제관할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는 소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여전한 입장이다. 정부는 일본 쪽에서 구상서를 전달하면 똑같이 외교공한을 보내 우리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외교통상부 차원의 유감 표명 이외에 정부 차원의 대응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도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본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독도 방문, 일왕 관련 언급 등 잇단 강경 행동에서 갑작스러운 행동 방향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일 외교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김 장관)"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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