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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열기 한 풀 꺾인 부산… 식지않는 대구·울산

영남권 부동산 시장 긴급 진단<br>부산, 분양권 거래 뜸하고 집값도 약세<br>대구·울산, 중소형 중심 실수요자 탄탄

"투자수요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분양권 거래도 뜸하고 집값도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14일 찾은 부산 부동산 시장의 중심지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두산 위브 더 제니스'와 '해운대 아이파크' 등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주상복합아파트 사이로 여전히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공사가 끊이질 않는 모습은 예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주민들은 전과 달리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었다. 지난해 공급이 집중된 부산 서부 일부 지역은 이미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이튿 날 찾은 대구와 울산은 상황이 사뭇 달랐다. 부산에 비해 활황의 시작이 상대적으로 늦었던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 달 부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지방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ㆍ대구ㆍ울산 등 영남권 부동산 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한 풀 꺾인 부산…지역별 온도 차 심해=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와 사하구의 지난달 말 기준 집값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각각 0.44%와 0.54% 하락했다.

실제로 사하구 당리동 '동원베네스트' 94㎡형은 지난해 2억2,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2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벽산블루밍' 115㎡형도 2억9,000만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최근 들어 500만~1,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사하구 D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다소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집을 알아보는 사람은 실제로 들어와 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와 구도심인 서면 지역은 보합세다. 한 때 인기가 높았던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올해 들어서는 확 줄었다. 하지만 이 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신·구도심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집값 하락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집값이 뚜렷하게 내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K공인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같은 집값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투자자 위주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한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부전동 M공인 관계자는 "분위기는 위축됐지만 서면과 해운대 등 인기 지역은 여전히 수요가 있다"며 "실수요가 시장을 이끌어가면서 집값은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실수요 덕분에 여전히 뜨거운 대구·울산=15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시아폴리스 더샵 4차' 모델하우스는 방문객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등산복 차림의 노부부는 물론 젊은 신혼부부 등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눈에 띄였다.



포스코건설의 현경민 분양소장은 "중소형아파트 중심의 단지여서 시장의 관심이 많다"며 "경기 위축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중소형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지난달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1.1로 전달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서울ㆍ수도권과 6대 광역시 중 매매가격이 상승한 곳은 대구와 울산이 유일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소형아파트의 경우에는 가격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 전세가격 수준이 여전히 높아서 매매수요로 옮겨갈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묘동의 S공인 관계자는 "가파른 상승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전세에서 매매로 옮겨갈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울산도 대구와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울산에 분양한 아파트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지난 7일 분양한 '울산 화봉 쌍용예가'는 1순위에서 6.5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고 지난달 분양한 '신동아 파밀리에'와 '한신 휴플러스' 아파트도 모두 순위 내 마감했다. 신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울산은 분양ㆍ매매시장 할 것 없이 분위기가 좋다"면서 "당분간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심 개편…급등락 없는 안정세 유지할 듯= 최근 영남권 부동산 시장은 1~2년 전과는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집값이 급등락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산의 경우 한 때 서울지역에서 원정 온 부동산 투자자들이 분양권 전매 등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지만 최근에는 실거주 목적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매매시장과 분위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 경남까지 청약 가능 지역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구와 울산 역시 당분간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 언제든지 전세가격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그 동안 부산에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수요가 탄탄해 갑자기 시장이 위축되거나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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