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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2일] 고분양가의 덫

"우리도 좀 올려받을 걸 그랬나 봐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건설업체의 임원은 얼마 전 이 회사가 서울에서 공급해 1순위에서 청약접수를 마감한 아파트의 분양가가 두고두고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3.3㎡당 분양가를 1,900만원대에 책정했지만 의외로 순조롭게 청약이 마무리되더라는 것이다. 이 임원은 "요즘엔 각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가를 올려잡는 분위기"라며 "당분간은 서울 요지에서 3.3㎡당 2,000만원 이하에 분양되는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신규분양 시장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고(高)분양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월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광장힐스테이트'는 3.3㎡당 평균 2,500만원을 넘겨 공급됐고 같은달 삼성물산이 동작구에서 분양한 '래미안트윈파크'역시 3.3㎡당 공급가가 2,500만원에 육박했다. 오는 3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는 강동구 '고덕아이파크'는 아예 최고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겼다. 이런 아파트 대부분이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되고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봄날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호(好)시절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비관적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9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집값 하락은 자칫 고분양가 아파트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2007~2008년 새 아파트를 산 계약자들이 분양가를 깎아달라며 건설사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시위를 벌이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주춤하는 순간 고분양가로 재미를 본 건설사들도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대출금리도 문제다. 신규아파트의 집단대출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지금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언제 건설업계를 짓누르는 짐으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현재 중도금 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는 CD+3~4% 수준으로 수년 내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이는 고스란히 건설사와 계약자의 몫이 되고 분양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자칫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제살을 깎아내는 덫에 다시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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