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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타계…그녀의 작품세계는

전쟁 상흔·여성문제… 시대의 아픔 보듬어<br>1970년 불혹에 '나목'으로 데뷔 40여년간 쉼없는 창작열 불태워<br>살아있는 문장으로 독자들과 공감





고(故) 박완서 작가는 불혹에 데뷔했지만 이후 40여년 동안 쉼 없는 창작열을 불태워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거목으로 자리잡았다. 6ㆍ25 전쟁의 상처로 인해 작가가 됐다고 밝힌 고인은 전쟁의 비극,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드러난 욕망의 이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억압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경험을 형상화한 소설로 세상의 아픔을 그렸지만 내면적인 서사보다는 선이 굵고 분명한 이야기를 생활어법의 살아있는 문장으로 그려 많은 독자들과 공감을 나눴다. 1970년 발표한 데뷔작 '나목'을 시작으로 '엄마의 말뚝', '목마른 계절', '부처님 근처',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의 작품은 전쟁과 분단을 소재로 담고 있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산업화 시기였던 1970~1980년대에는 중산층의 일그러진 도덕성에 대해 치열하게 파헤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휘청거리는 오후',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등의 작품은 자본주의 성장기에 중산층이 가졌던 이기심과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결여된 도덕성을 고발했다. 1980년작 '살아있는 날의 시작'을 기점으로 '서 있는 여자'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에서는 여성의 시각으로 삶을 돌아보며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더러 페미니즘 작가라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살면서 얻은 느낌으로 쓴다"라며 동등한 여성성과 남성성이 보완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행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연이어 잃은 슬픔은 자전적인 글에 원숙함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1992년 출간한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고향인 개풍에서의 어린 시절과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20대까지 자전적 요소를 그렸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 이어지는 소설에서 작가는 삶에 대한 초월과 관조를 보여주면서 노년기의 경험을 소설로 승화시킨 이른바 '노년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영원한 현역'이라 불린 그는 "기력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글을 쓸 것"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빨리 쓰지는 않지만 좋은 문장을 남기고 싶어 공들여 쓴다"는 말로 노년기의 창작열을 자랑했다. 2000년대 들어 내놓은 장편 '그 남자네 집'을 비롯해 '친절한 복희씨', '세가지 소원'과 산문집 '호미', 지난해 여름 출간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은 경험과 사유의 결과물로서 우리 문학의 값진 자산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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