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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재벌 3세에게 필요한 애정남

빵집·커피집 스캔들로 재벌 3세들 국민에 다가와<br>노블레스 오블리주 자세로 국민과 교감하는 정서 필요


서울 강남의 50대 주부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룹 □□회장 딸 XX 있잖아요. 거기가 그룹 후계자가 된데요."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다. "동네 부인들이 그런 말들을 해요. 소문이죠." 말이 되는 소리냐고 되물었다. "XX가 △△사업인가 하는 거 성공시켰잖아요. YY보다 아버지 어여쁨을 더 받는다는데요."

설령 괴담으로 치부하더라도 이 얘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재벌 3세들이 과거와는 다른 각도로 국민과 사회에 깊게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3세들의 빵집, 커피집 사건이 그런 맥락에 있다. 염문이나 추문 같은 과거의 가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더 주목할 것은 빵집 따위는 3세들의 권력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작은 사업이라는 사실이다. 빵집 스캔들은 그래서 어떤 상징과 시사성, 동시에 우리 사회에 묵직한 과제를 던져준다.

빵집 커피집 파동이 일단락된 이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 보자. 각 그룹은 그 사업들을 폐기함으로써 동반성장이나 국민정서의 대의에 어긋난 행위였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 혈기왕성하고 거리낌 없는 3세들도 그와 같은 생각일까. 만약 그들도 지금쯤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스캔들이 입에 쓴 약이 됐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대체 내가 뭐를 잘못한 거지?"라며 3세들이 회의 내지 울분에 차 있다면 불은 꺼진 게 아니고 잠복해 있는 것이다.

열 손가락 정도의 재벌그룹에 국가경제의 대부분이 몰려있는 나라에서 각각의 그룹 후계자의 자질과 성향은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복잡다기한 사회와 대중에 대한 이들의 이해 방식은 해당 그룹의 진로만이 아니라 국가사회와의 교감 차원에서도 민감한 문제가 된다.

지금 3세들은 창업1세, 준창업2세와 다르다. 3세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고 전혀 고생 모르고 자랐다. 그들의 아버지는 그래도 어릴 적 선친이 노가다 현장과 시장 바닥에서 묻혀온 바지 가랑이의 오물 냄새라도 맡아봤다. 하지만 3세는 오로지 영광과 칭송 속에 견제 없는 가도를 달려왔다. 얄팍한 자본주의가 판을 치던 그들의 성장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교육 환경도 안 됐을 것이다.

그런 3세에게 국민정서에 딱 맞는 균형감각과 판단력, 희생적인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일지 모른다. 빵집, 커피집 사업도 3세 자신은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이건 애매한 지점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법을 어겼나? 회사의 공식 사업인데…" 그들은 아마도 빵집, 커피집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섭섭할지 모른다. "고급 식음료 사업을 그런 식으로 매도…"라고 말이다.



거기에 불안함이 있다. 제2, 제3의 빵집 사건 같은 게 언제든 다시 튀어 나오지 않을까. 만의 하나 그룹의 중요 사업결정이나 운영관리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3세야말로 '애정남'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진작에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이 있었다면 빵집 사업도 사전에 명쾌하게 정의가 이뤄졌을 게 아닌가. "회사 직위를 갖고 하면 여론을 불지르는 도발행위! 회사를 떠나 독립적으로 개척하면 재벌가의 미덕!"

20년 전 같으면 재벌2세의 자동차 경쟁, 반도체 경합, 은행 야망 등이 화제의 대상이다. 그에 비하면 빵집 사건은 쪼잔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국민의식이 고도화할수록 그런 소프트한 이슈가 가슴을 할퀸다. 때마침 선거철의 이번 사건이 여야의 대기업 공세에 미친 엄청난 파괴력을 보라.

애정남이 아니어도 된다. 멘토든 옴부즈맨이든 자문위이든 객관적 시각에서 여과 없이 전하고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장치이면 된다. 그게 어렵다면 아예 3세를 철갑으로 둘러 100%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통 보안을 하든지… .

빵 전쟁은 끝났지만 숙제는 남았다. 3세 스스로 애정남을 만들지 않으면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애정남이 아니라 종결자로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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