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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세계는 지금 '대학 혁신 붐'
입력2005-03-20 19:22:40
수정
2005.03.20 19:22:40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고등교육의 세계화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외 유학생은 200만명을 넘는다. 학생 100명 중 2명 이상인 셈이다. 최근 10여년에 걸쳐 고등교육의 성장추세는 연간 10%를 넘었으며 수업료 수익만도 300억달러에 달한다. 가히 고등교육 시장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들은 높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학생들의 유입은 대학의 수익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학내에 국제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킴으로써 결국 학교 명성을 높이고 또다시 학생들을 더 모이게 하는 등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이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요인은 대학의 국제경쟁력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의 경쟁력 있는 대학들은 대학혁명을 거쳐 살아남은 곳들이다. 19세기 독일의 훔볼트대학을 효시로 해 기존 교육 중심에 연구기능이 추가된 1차 대학혁명을 통해 지식의 자본화가 시작됐다.
20세기 후반 경제발전 기능이 추가된 2차 대학혁명 이래 각각의 대학은 특성화ㆍ분업화하면서 기업가적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1차 대학혁명 이후 뚜렷해진 지식의 자본화 경향은 대학의 낡은 규범적 범주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 추세는 21세기 지식기반 경제를 맞아 대학ㆍ국가ㆍ산업 등 3자가 혁신의 주체로 어우러진 삼중나선모형(Triple Helix Model)을 태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삼중나선모형의 정책적 함의는 여러 가지로 논해볼 수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ㆍ국가ㆍ산업이 각각을 혁신의 분리된 주체로 보지 않고 각 주체간의 역동적 발전이 서로의 발전을 추동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세계의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겪어온 3차에 걸친 대학혁명을 겪지 못한 상태에서 국제시장에 노출됐다. 우리 고등교육의 질적 심각성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대학경쟁력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60개국 중 최하위인 59위로 발표됐다. 무한경쟁시대 일본ㆍ중국의 틈새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지적자산뿐임을 상기할 때 IMD 대학경쟁력지수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개발경제시대 이후 최근까지 국내 기업들은 기술개발의 많은 부분을 해외기술 수입이나 자체의 인력에만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세계 무대에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산학협동 연구나 대학의 기초연구로부터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공장의 해외이전에 더해 핵심연구 부문의 이전사태까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고등교육 시장의 개방이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제 고등교육 분야도 국제화 및 경쟁체제라는 세계적 추세를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출입국 통계연보에 따르면 매년 약 16만여명의 한국 학생이 해외유학을 떠나는 반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학생은 약 1만여명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학생 미충원률 또한 지난 2001년 2.6%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에는 12.9%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우리 상황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연구중심 대학의 증설 등 고등교육 개선방안은 큰 방향에서 옳다. 본원 문혜선 박사의 논문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효율성 평가 및 결정요인’에는 산학협력지수에 대한 내용이 잘 분석돼 있다. 퍼지집합이론을 적용해 분석한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학협력 정도는 3.81로 선진국(5.01)에 비해 저조할 뿐 아니라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고등교육과 산업계의 연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대책이 절실하다. 고등교육 부문의 혁신은 우리나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 단계에서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이뤄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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