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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올바른 초동 대응이란-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유행성 바이러스가 나라를 넘어 널리 전염되는 현상을 팬더믹(pandemic)이라 한다. 에이즈를 비롯해 사스·신종인플루엔자·에볼라 등도 팬더믹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전염 범위는 넓지 않지만 유사 현상이다. 이 팬더믹의 공격은 이제 일상화됐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응은 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퇴화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진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누구나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과연 초동 대처 중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분석되고 있는 것일까. 팬더믹 등의 초동 관리에는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촘촘하게 잘 준비된 방역 전문 시스템의 작동이다. 주로 의학 및 방역 전문가들의 몫이다. 여기서 관건은 즉각 실행될 수 있는 매뉴얼이 얼마나 잘 갖춰졌는가, 그리고 그에 따라 일차 저지망을 얼마나 잘 쳤는가에 있다. 이번 경우를 보면 고기능 매뉴얼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이 메르스의 확산력을 과소평가한 것도 일을 그르쳤다.

초동 대응의 다른 차원은 정치적·사회심리적 소통 관리이다. 모든 팬더믹은 정무적 사안이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가 그것이다. 과거 사스나 신종인플루엔자 등에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왜 직접 대책을 주도했을까. 이런 사안이 민심을 크게 출렁이게 만들고 잘못 관리하면 예기치 않은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거로부터 배우는 학습능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병균의 전염만큼 무서운 것이 불안과 공포 심리의 전염이다. 그래서 소통 차원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대비 프레임을 초기에 확고히 심어줘야 한다. 그 프레임은 다음 요소들을 포함한다. 첫째,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를 장악하고 있음을 확신시킨다. 둘째, 정부가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 조치를 과다할 만큼 충분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국민들의 행동수칙을 분명히 정의해준다. 넷째, 언론의 협력을 얻어 공동체를 저버린 이기적 행동이 가장 위험한 적임을 일깨워준다. 다섯째, 정쟁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구한다. 이 다섯 요소들이 각인되면 국민들은 불신의 늪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게 아쉬웠다. 메르스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불충분했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차피 다 알려질 병원 정보에 대해서 쉬쉬했다. 때문에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국민들의 행동수칙은 뒤늦게 긴급 재난 문자로 보냈지만 이미 비온 뒤 물 뿌리기에 그쳤다. 내용도 빈약했다. 이 사안을 정무와 소통 이슈로 보는 기본 인식도 취약했다. 당연히 여러 부처 협력 사안이라 이 이슈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일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 한들 피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메르스 사건의 대처 과정을 엄밀히 복기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팬더믹의 공격은 결코 이번 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팬더믹뿐 아니라 국가 긴급 사안의 경우 대부분 초기 대응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 체계를 이제부터라도 다잡아놓아야 한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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