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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79> 배려의 정도


한때 우리 사회에서 ‘배려’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배려는 헌신보다는 덜하고 관심보다는 조금 정도가 더한 이타적 행위입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남에게도 어느 정도 덕을 베풀 줄 아는 자세로 모든 관계에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싸가지 없는 사람’, ‘무식한 사람’이라고 비난받기도 합니다. 그도 언젠가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은혜를 입었을 텐데, 그것을 타인에게로 환원할 줄 모르는 여유없는 사람이라는 비판입니다.

배려심은 문화에 따라서도 어느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인은 ‘메이와쿠’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자신이 침해받고 싶지 않은 만큼 타인도 침해하지 않겠다는 수동적 의미의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인은 ‘??시’를 말합니다. 서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형성되는 적극적 협력 행동입니다. ??시는 수차례 행위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고,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그 의미가 깊어집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의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경우에 따라 극도로 타인에게 불친절하다고까지 비난받는 중국인들의 행동 기저에는 ‘형성된 관계’에 대해서만 배려심을 갖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반면 서양인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관심과 친절을 베푸는 행위 정도로 배려를 정의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에서 배려는 여유, 넘치지 않는 덕의 심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타인에 대한 관용과 그에 대한 협력으로 인한 자신의 즐거움 등이 내포된 정서입니다. 동짓날 팥죽을 이웃에게 팥죽을 전해주는 일, 국수를 밥으로 바꾸려는 아이를 기꺼이 받아주는 일 등이 한국인의 배려심을 표현하는 일면입니다.

물론 배려가 지나치면 부정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도움을 받는 상대방이 그 시점과 정도를 지각하지 못한 사이에 엄청난 향응을 받고 마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가가 없는 약간의 여유와 ‘덕’을 일일이 계량화하여 사회 정의를 위해 문제시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의도는 사실상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감퇴시킬 수 있는 요소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직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명예, 존경, 타인과의 관계 등 비금전적 요소 역시 큰 보상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배려’또한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심의 결과입니다. 지나친 배려가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수준을 법으로 정할 때 충분한 공론화와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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