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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카드 대신 세화(歲畵)선물 어때요?

새해 복 기원하는 민화…악귀 쫓고 축복 기원

민화학자 조자용 기리는 ‘대갈문화축제’ 7일까지

20세기 작품인 ‘까치호랑이’ /사진제공=가회민화박물관

대문에는 악귀를 물리치는 용맹한 호랑이를, 창고에는 재물이 새지 않게 잘 지키라는 뜻으로 개를 그려 붙였다. 서재나 공부방에는 벼슬이 꼿꼿한 닭 그림을, 부엌에는 화재를 막고자 해태 그림을 붙이곤 했다. 서민들까지 두루 즐기던 전통 그림인 민화(民畵)를 주고 받아 새해 첫 날 집안 곳곳에 붙이는 ‘세화(歲畵)’의 풍습이다. 요즘은 새해 인사로 연하장을 주고 받거나 아예 문자나 메신저로 신년인사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이같은 풍습이 있었다. 원해 세화는 왕실 풍속으로 시작된 것이나 점차 민간으로 확산됐다.

세화만큼 반가운 신년 민화 행사인 ‘대갈문화축제’가 오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축제 이름인 ‘대갈(大渴)’은 민화 수집과 정리·연구·보급에 헌신한 민화학자 조자용(1926~2000)의 호에서 따왔다. ‘대갈’은 몹시 목이 마르다는 뜻으로 소외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의미한다. 조자용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유학 1세대 건축가였다. 서울 정동의 미국 대사관저가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그는 1960년대 전통 건축을 연구하면서 민족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드나들던 인사동 골동가게에서 포장지로 준 까치호랑이 그림에 눈이 번쩍 뜨여 민화수집을 시작했다. 국내외에 민화를 알리고자 적극 나섰고 충북 보은에 에밀레 박물관이라는 민화전문 박물관까지 건립했다.

한국의 전통그림을 얘기하면 보통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문인화나 수묵 산수화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조선의 일부 계층이 향유한 것으로 우리 회화사 전반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천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채색화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민화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라며 “19~20세기를 사로잡은 이들 대중적 그림이 어쩌면 한류의 본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서민용 그림’이라는 뜻으로 향유 계층을 제한한 ‘민화’의 명칭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귀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홀대받던 민화를 발견해 예술적 분석의 대상으로 놓은 이는 “조선의 미(美)는 비애(悲哀)의 미”라고 주장한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였다. 조자용은 이에 맞서 “한국의 미는 해학미”라며 민화를 연구했다. 민화는 삿된 것을 내쫓는 벽사용 그림,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는 길상용 그림, 혼인과 장례 등 가례에 필수적으로 쓰였던 병풍그림 등 서민들의 현실적 바람과 염원이 담긴 생활의 그림이었다.

새해 첫 주에 열리는 ‘대갈문화축제’는 인사동에 전통 문화 축제가 뿌리내리게 하고자 한 조자용기념사업회(회장 김종규),가나문화재단,가회민화박물관 등의 의지가 더해졌다. 축제 기간 현대민화공모전과 책 ‘한국의 채색화’에 실린 원화 전시회, 민화비디오아트전 등 전시가 펼쳐진다. 3일에는 사물놀이패 ‘광개토’의 거리공연, 4일에는 ‘목계 마빡치기’ 등 전통공연이 펼쳐져 연초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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