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00> 100이 완전한 숫자 되려면


얼마 전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102세. 건국 이후 시장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질 무렵부터 국정에 참여한 의사결정자의 타계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각계의 애도와 업적에 대한 칭송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더 주목한 것은 송 전 장관의 연세였습니다. 100세가 다 되도록 능률협회 명예회장으로 열심히 일한 그의 열정이었습니다. 많은 노년층에게 필생의 대망 중 하나가 작고하기 몇 일 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잠깐 ‘앓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송 전 장관은 상당히 복이 있는 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남덕우 전 총리도 90세까지 사셨습니다. 그는 80대 중반에 접어들어 선진화 운동이라는 사회 운동을 시작했는데, 주된 이유는 고도성장기에 있었던 나라 사랑의 마음을 앞으로도 이어가자는 믿음에서였습니다. 남 전 총리는 노년에 이르러서도 상당히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서 거의 처음으로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를 사용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80대의 나이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접속하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 했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러나 모든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이 송 전 장관이나 남 전 총리와 같은 행복을 맛볼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사회 구조적인 데 기인합니다. 가난에 의해서건, 일평생 답습된 과로에 의해서건, 사람은 자신의 자연적 조건보다는 사회 생활에 의해 병들어 갑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신의 습관을 되돌아 볼 기회도 없는 상태에서 만성 질환에 노출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습니다. 60세 언저리쯤 정년을 채우고 나서 갑자기 ‘퇴직 원로’ 또는 ‘어르신’으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도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의외로 잘 모르던 만성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이 시기에 많다고 합니다. 그 동안 긴장하며 살았기 때문이건, 아니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몸에 생긴 이상 징후도 발견하지 못한 탓이건 간에 말입니다. 가족보다는 조직을, 자신보다는 사회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는데 그 대가가 질병과 심적 고통이라는 사실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50이 넘으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인 셈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질병을 인류 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상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지는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야근하느라, 아니면 어려운 조직 생활로 고민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 주변 사람은 경고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100살까지’ 건강하게 못 살 거라고 말입니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쓴 소리를 해 주고, 배려를 해 주어야 합니다. ‘조금 쉬라고’ 말입니다.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려면, 100 만큼의 열정과 따스함이 있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100은 완전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SNS에서의 삶까지 생각하면 우리는 갑절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토록 긴 삶의 장면들이 행복으로 채워지려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1일 1식(識)’이 이제 100회를 맞았습니다. 온전히 100을 살아내고 다시 처음을 맞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iluvny23@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