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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봄

한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혹독한 한파는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한다. 누구든 겨울 추위를 만나면 움츠려들고 어서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하지만 한파가 우리에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에는 나이테가 생성돼 그 나무는 더욱 커질 수 있게 된다. 또 나무에 기생하는 해충들이 한파에 모두 죽어 추위는 나무를 성숙시키고 건강하게 만든다. 한국경제도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만나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고속행진을 해오던 경제성장률이 뒷걸음 쳤고 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이 간판을 내리는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폐쇄조치도 내려졌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자가 양산돼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고실업은 우리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붕괴로 이어졌다. 실직 가장의 자살과 이혼, 그리고 소년소녀 가장의 애끓는 사연은 국민들의 가슴을 눈물로 저미게 했다. 유사이래 최대의 「국난」이라고 불릴만 했다. 경제위기를 자초한 근본원인은 경제 삶의 주체인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능한 정부는 외환위기의 파고가 무릎까지 차올라 왔는데도 탁상공론적인 방어에만 급급했다. 기업은 과잉투자와 부패 고리에 휘말려 거품을 양산하고 말았다. 은행은 관치금융아래 무분별한 대출을 일삼고 가계는 과소비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본분을 상실해 갔다. 우리경제는 선진제도의 틀을 다지지 못한채 고속성장에만 집착했다. 사회 곳곳에서는 건강을 해치는 해충들이 기승을 부렸다. 한국경제를 뿌리째 날려버릴 것 같은 IMF한파는 다행스럽게도 한국경제 연륜의 나이테가 생기고 곳곳의 해충을 죽이는 선(善)순환적 기능을 하기도 했다. 적어도 혹독한 IMF한파는 물러나고 봄의 길목으로 접어든 듯 하다. 2000~2005년에 연평균 6%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민간연구소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 시대에는 지력(知力)이 뛰어난 한민족에게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마치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그러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한국경제가 봄의 문턱에 완전히 들어선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고용시장은 불안하고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이 경제성장의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모럴해저드」가 다시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 은행·가계 모두가 IMF한파의 고통을 망각한 듯 다시 확장과 팽창의 길로 가려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이제 봄의 길목에서 국민 모두가 IMF한파가 가르쳐 주었던 「도덕성 회복」의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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