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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색을 통해 보는 역사와 문화
입력2004-05-16 15:20:01
수정
2004.05.16 15:20:01
'천년의 색-포에버 레드' 고미술서 현대미술까지 명품 50여점 전시
빨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색이다. 빨강은 역사적으로 왕과 귀족의 색이며 강한 공격성과 전쟁의 색이고, 근대 이후에는 자유, 노동자, 사회주의의 색으로 사용되어 정치적 성격이 짙은 특별한 색이다. 인류사적으로 빨강은 피와 생명의 색이며, 불의 상징으로 절대 권력이며, 환희의 색, 사랑의 색이기도 하다. 이처럼 빨강은 수천년동안 여러 계층의 감성을 포용하며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가나아트센터는 이같이 다양한 ‘빨강색’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다양한 장르와 메시지로 전해오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전시를 가져 눈길을 끈다. 21일부터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천년의 색-포에버 레드(Forever RED)’가 그것이다. 빨강색이 갖는 다양한 문화사적 의미와 미술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출품작은 고미술에서 현대미술까지 작품 50여점이다. 이들 작품들은 개인소장가나 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전시되는 것으로 가격대가 억대를 넘는 고가들로 평소에 보기어려운 작품들이다.
전시기획팀의 김미라씨는 “전시는 한달간 이뤄지지만 작품수집이 어려워 1년을 전시하고 있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고미술에서 붉은색은 일반인들이 쓸 수 없는 왕실의 색이며 장르를 막론하고 귀했다고 전해온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자에서는 “백자에 붉은 물이 한방울 들어가면 열배로 귀해지고, 청자에 진사에 들어가면 가격이 백배가 비싸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사품들이 귀하다. 이번 전시에는 한점도 귀하다는 진사 백자 작품이 20여점 출품된다. 진사백자는 도자기 바탕에 구리의 일종인 산화동 채로로 그림을 그리거나 칠한 뒤 백자 유약을 입혀서 구워내면, 산화동 채료가 붉은 색으로 발색되는 자기다. 진사는 구리의 녹이 열을 통해 붉은색을 띄는 것이다. 진사가 귀한 이유는 도자를 굽는 과정에서 색깔이 선명하게 잘 나올 확률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붉은 색을 내고자 했으나 검붉은 색이 되는 경우도 있고, 불 조절에 실패해서 산화가 되면 초록색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전통규방문화에서 붉은 색이 많이 들어간 홍칠장, 홍칠함, 주칠병, 민화, 목가구 등도 선보인다.
고미술의 빨강이 신분과 계층을 상징한다며 현대미술의 빨강은 예술가의 열정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는 소를 통해 민족의 애환을 표현한 이중섭의 ‘싸우는 소’를 비롯하여 김흥수, 유영국, 이우환, 장욱진 등 대가들의 명작 대작들을 다수 선보이며, 또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홍성담, 신학철, 안창홍, 임옥상, 이상현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30년만에 일반인에게 다시 보여지는 이중섭의 ‘싸우는 소’(20호, 1950년대)는 극도로 거친 선이 난폭한 동세를 보이고, 힘있게 흐르던 탄력있는 곡선이 각지어 끊어진 상태로 나타나 있다. 두 마리의 소가 정면대결을 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빨강색과 청색, 흑색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색채의 대조성이 잘 나타나 있다. 가나에 따르면 이 작품의 가격을 알 수 없는데, 그 이유를 전해지는 이중섭의 작품은 150여점으로 대부분이 호암미술재단이 소장하고 있음에 따라 시중 유통이 안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환기의 대표작 중 하나로 화면 전체를 투명한 붉은 색으로 처리한 대담한 구성의 작품‘무제’가 두점(213*153, 250*199.5)이 걸린다. 점으로 회오리로 몰아쳐 화면을 가득 채운 작업이다. 오만가지 상념을 담고 있는 점, 모든 조형의 출발점인 동시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소우주일 수도 있는 점을 한점 한점 찍어보였다.
최근작으로는 홍성담의 ‘붉은 악마’로 최근에 완성됐다. 120호 6점을 이은 대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붉은 띠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으로 월드컵축구경기의 당시 열기를 다시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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