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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럽병 극복을 위한 실험

‘노동자의 천국’ 프랑스와 독일이 새로운 역사적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방안이다. 주당 35시간 노동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에 어쩌면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는 선택이다. 프랑스에서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로버트보쉬가, 독일에서는 최대의 정보기술(IT) 업체 지멘스가 노조와 임금인상 없는 근무시간 연장안에 합의했다. 또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노조가 회사의 근무시간 연장 요구에 대해 파업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회사는 모두 ‘공장 해외이전’이라는 강력한 카드로 노조를 압박했다. 노조는 일자리를 송두리째 해외로 빼앗기는 것보다는 몇 시간 더 일하는 것을 수용했다. 이는 고용안정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줄곧 줄어들기만 했던 프랑스와 독일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처음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노동시간이 단계적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70년부터 2002년 사이 미국의 1인당 노동시간은 20% 증가했지만 독일ㆍ프랑스에서는 20% 이상 줄었다. 2002년 미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1,777시간, 독일은 1,446시간, 프랑스는 1,453시간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ㆍ3만5,158달러)이 프랑스(2만6,151달러)나 독일(2만6,324달러)보다 높은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많이 버는 반면 유럽인들은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삶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돈보다는 여가시간을 선호하는 유럽인들의 성향은 노동시장의 유연화ㆍ탈규제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길을 내주고 있다.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가진 중국, 인도, 동유럽권 국가 등이 경쟁적으로 유럽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35시간 근무제 자체도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해고요건을 크게 강화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까지 빚어졌다. 프랑스와 독일은 여전히 10% 안팎의 높은 실업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주35시간제는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저효율-고실업’이라는 고질적인 유럽병을 고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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