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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2월 21일] 행정도 디자인 시대

오늘날 디자인의 영역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도시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 뉴욕의 거대한 인공폭포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다리 사이 곳곳에 자유의 여신상과 비슷한 크기로 설치된 인공폭포는 매일 오전7시~오후10시에 작동하는데 해가 진 뒤에는 화려한 야경이 더해져 뉴요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폭포 프로젝트를 디자인한 아이슬란드 아티스트 엘리아손은 "뉴욕은 물로 둘러싸인 섬이며 도시의 기념비는 다리와 마천루다. 이런 정적인 환경은 무관심을 높이지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볼거리를 주고 변화를 느끼게 할 것"이라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다리 아래의 공간을 발상의 전환으로 변화시켜 뉴욕을 더욱 생기 있게 재탄생시켰다.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킬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세계 도시들과 경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서초구는 반포로에 누에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과 예술미를 갖춘 '누에다리(Silk Bridge)'를 설치했다. 생김새가 누에인 이 다리는 지난 11월 개통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반포로 상공에 현대적 감각의 조형미와 독특한 디자인을 도입한 누에다리는 조선시대 양잠기관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있었던 점에 착안해 제작됐다. 누에다리는 뽕나무를 기르고 누에를 쳤던 역사성과 절개와 군자의 상징인 대나무의 특징도 가미해 대법원ㆍ검찰청 등 인근이 법조 타운이라는 지역성까지 반영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특히 예술의전당에서 반포대교까지 이어지는 반포로 때문에 그동안 단절됐던 서초경찰서 뒤 몽마르뜨 공원과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뒤 야산 서리풀 공원을 연결시켜 서울 도심의 알토란 같은 3.3㎞의 녹색 산책길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곳에는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는 누에상이 놓여 있는데 조각상을 쓰다듬으며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연인과 자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손길로 벌써 반질반질해졌다. 누에다리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육교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한 미적 여운을 남긴다. 누에라는 모티브를 통해 단절된 공간을 이어주고 도심 속 웰빙 산책로를 복원시킨 시간과 공간의 행정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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