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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밀어 붙여" 부동산 대책

[목요일 아침에] "밀어 붙여" 부동산 대책 김희중 jjkim@sed.co.kr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대책들은 특히 그렇다. 지난해 여름 경제부총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더 이상의 부동산 투기는 없다"며 호언장담한 후에도 부동산대책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나온 금융 관련 규제만 10여건이 넘는다. 이런 식으로 참여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큰 것만 10건, 작은 내용들까지 포함하면 30여건에 이른다. 달포에 한번꼴로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시장 냉각속도 의외로 빨라 직업상 정부정책을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필자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대책이 하도 잦게 나오다 보니 이제는 "그 대책이 뭐였더라" 할 정도로 헷갈린다. 쏟아지는 정책을 메모하고 기억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제는 메모리 용량초과로 포기하다시피 했다. 매일 정부정책을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사람이 이러할진대 일상에 바쁜 서민들에게 정부의 부동산정책 따라잡기는 그야말로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책은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신년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대책을 한번 내놓으면 효과가 상당 기간 지속됐지만 요즘은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상황에 맞게 대책을 시시각각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환자의 상태변화에 따라 의사의 처방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시장이 바로잡힐 때까지 계속 대책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책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대책을 또 내놓겠다는 발상이다. 의욕이 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는 또 무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도 효과를 거두지 못해 수정에 수정을 반복해야 하는 대책을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부정책에 시장이 항복할 때까지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의지도 좋지만 왜 효과가 없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엿보이지 않는다. 금융을 틀어막고 고가주택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투기적 거래를 강력히 규제해도 약발은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약발이 안 먹힐수록 정부의 행보는 초조하고 더욱 다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약은 강도를 높일수록 환자의 체력은 떨어지고 내성만 키워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이다. 정책 역시 강도가 셀수록 처음에는 효과를 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도 커져 약효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계속 강한 처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앞으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재건축시장은 매물이 급증하며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건설업체들도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해외부동산의 거품 붕괴다. 미국ㆍ중국 등 전세계가 부동산 거품이 언제 꺼질지 숨을 죽이고 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출규제의 후유증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거품붕괴 대비 연착륙대책을 콜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 등 잇따른 통화긴축정책과 주택담보비율한도 축소,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는 가계발 금융부실을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 상환능력을 크게 웃도는 가계부채는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는 만큼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무리수를 둬가며 줄일 경우 생기는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근로소득 정체와 부동산 가격 급락이 맞물릴 경우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시 격언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다. 너무 급작스레 오르면 떨어지는 것도 가파르고 깊다는 얘기다. 지난 수년 동안 부동산시장은 광풍이 몰아쳤다. 집값이 미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거품이 빠르게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 열기를 식히는 처방이 아니라 냉기를 데우는 정부처방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입력시간 : 2007/01/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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