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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IC의 메릴린치 투자가 지니는 의미

한국의 국부펀드라고 할 수 있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위기에 처한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의무전환 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연 9%의 배당을 받다가 2년9개월이 지나 보통주로 전환해 메릴린치 주식 3.1%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KIC는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펀드들을 제외하면 싱가포르 정부 투자기관인 테마섹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최근 수년 동안 테마섹이 연평균 17%의 수익률을 낸 데 비해 KIC는 주로 선진국 채권에 투자해 7% 정도의 수익을 얻는 데 그쳐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KIC의 이번 결정은 지금이 세계적인 투자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그동안의 보수적인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글로벌 금융 노하우를 배우고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부펀드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달러자산 과잉에 대처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서구 금융권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 1ㆍ4분기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구 금융권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자본수요가 절실해진 반면 국부펀드들은 유가 급등과 외환보유액 급증으로 적절한 장기 투자처가 필요해지자 서로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100억달러에 그쳤던 금융권 투자액이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약 600억달러나 늘어났다. 지나친 외환보유액이 자본의 활용도를 낮춰 궁극적으로 성장을 저해하고 자산 버블을 일으킬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국부펀드의 공격적인 활용은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최근 국부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면서 선진국들의 견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선진국들은 국부펀드의 투명성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우리도 이런 국제적인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감안, 국부펀드의 투자전략과 의사결정 체제 등을 재정비해 지배구조의 효율화를 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KIC는 위기에 처한 서구의 유수 투자은행에 소방수로 진입했다는 데 만족하지 말고 수익성 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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