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이 연말을 맞아 지갑을 활짝 열었다. 소형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고급 백화점의 매출이 중저가 할인점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1일 공개된 지난 11월 미국 자동차 판매실적은 연율환산 1,360만대에 달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가상승과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던 SUV와 픽업트럭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당 평균 판매가격도 3만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보다 4% 올랐다. 자동차 관련 정보업체인 레이시 플레키 에드먼드닷컴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쓰나미의 영향으로 자동차 가격이 올랐던 여름철 차량 구입을 미뤘던 고객들이 시장에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는 18만402대를 판매해 실적이 전년의 16만8,670대보다 6.9% 증가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역시 각각 16만6,441대, 10만7,172대를 판매해 13%, 4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4만9,610대, 기아차는 39% 증가한 3만7,007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추수감사절 연휴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11월 매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차종별로는 SUV와 픽업트럭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GM의 경우 이들 차종의 판매는 10%나 늘어난 반면 승용차는 1%증가하는 데 그쳤다. 리서치업체인 오토데이타에 따르면 SUV와 트럭의 판매비중은 2009년 47.3%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50.2%로 올라선 데 이어 올들어 11월까지 50.8%로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UV와 트럭의 판매호조는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수감사절 이후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등에 힘입어 11월 소매판매 역시 호조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테일메트릭스에 따르면 주요 25개 소매업체 동일점포(영업한 지 1년 이상된 점포)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3.2% 늘었다. 고급 백화점은 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빠른 판매신장세를 보였다. 백화점 삭스는 전년 동월에 비해 9.3%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6.1%를 크게 웃도는 것. 또 다른 고급백화점인 노드스톰 역시 5.6%의 비교적 높은 매출 증가세를 보였으며 메이시도 4.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저가 할인매장인 콜스는 6.2%나 매출이 떨어졌으며 대중의류인 갭 역시 5%의 매출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걱정했던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경제지표가 안정을 찾고 고용 상황도 추가적으로 나빠지지 않자 자신감을 되찾고 소비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많은 소비자들은 내년 경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자신들이 조사한 소비자전망지수는 12월 40.3으로 11월의 39.6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전망 조사와 더불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소비자들이 올해 일본 쓰나미와 같은 외부변수가 여전히 내년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미국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도 16%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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